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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단축 등 경영환경 최악...궁지 몰린 장수 패션브랜드

형지, 성남 남성화생산라인 매각

BYC도 전주공장 문닫고 印尼로

가두점 위주 판매방식 고집하다

온라인 판매망 구축 타이밍 놓쳐





#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 영천시장. 시장 초입부터 ‘크로커다일’ ‘크로커다일 레이디’ ‘올리비아 로렌’ 등 대표적인 국내 장수 의류 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정육점·과일가게로 붐비던 발길은 이 매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리비아 로렌 매장의 매니저 A씨는 “요즘 온라인으로 살 수 있는 저렴한 옷이 워낙 많아 마음먹고 온 손님보다는 장 보러 왔다가 잠깐 들러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사가 잘되지 않는데다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주변 로드숍 대부분이 알바를 짧게 쓰거나 가족들이 일을 도와준다”고 말했다.

동네상권 위주로 가두점을 펼치는 장수 패션 기업들이 안팎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노후화된 브랜드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데다 외부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가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패션그룹 형지의 계열사 형지에스콰이어는 올해 초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성남공장의 남성화 생산 라인을 매각했다. 마지막 자체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전환했다. 형지의 한 관계자는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생산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자체 공장을 닫고 중국·인도 등 해외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성비 높은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등장으로 이너웨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속옷 업체들도 해외 이전을 가속하고 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한 속옷 업체 BYC는 최근 전주공장을 포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40년간 가동했던 공장을 폐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YC는 전주공장을 닫는 대신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경기 불황에 더해 최저임금까지 오르면서 가두점은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남성 크로커다일 점주인 B씨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장사가 안 돼 성수기인 이맘때도 하루에 15명 정도 구매할 뿐”이라면서 “알바생을 고용하지 않고 남편과 시누이가 잠깐씩 일을 봐주는 식으로 운영해 그나마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2년 전 크로커다일 레이디 매장을 연 C씨도 “겨울철 외투를 구경하러 온 어머님들이 많은데 막상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며 “인건비 절약을 위해 다른 매장처럼 알바생 대신 가족들에게 부탁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장수 패션 브랜드들이 고전하는 데는 가두점 위주의 운영을 고집하면서 온라인·복합쇼핑몰 등 다변화되는 유통구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가두점 출점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브랜드 전개도 녹록지 않다. 온라인 쇼핑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고객을 온라인으로 끌어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리비아 로렌을 전개하는 세정 관계자는 “가두 대리점 중심의 브랜드지만 성장하는 온라인 유통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유통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는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 입점시켜 이월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온라인 전용 상품을 개발하는 등 고객들을 온라인으로 이끌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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