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로 수입된 중후판 물량은 14만 9,488톤으로 올 들어 월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후판 수입량은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10만톤에도 못 미쳤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해 연초 대비 60% 가까이 증가했다. 중후판은 지난 2016년 월 평균 22만 2,164톤이 수입됐으나 지난해 월 평균 10만 2,065톤이 수입돼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체 중후판 수입 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9월 중국산 중후판 수입량은 8만 4,236톤으로 연초(1~2월 평균 3만 8,595톤)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산 중후판 수입량은 이미 지난해 월 평균 수입량(6만 3,947톤)을 넘어섰다. 이처럼 중국산 후판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포스코(POSCO(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등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국산 후판가격은 톤당 60만원이었다. 철강사들은 원료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올들어 2번의 가격인상을 단행, 현재 톤당 70만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철강 빅3사가 생산한 후판은 약 900만t 가량. 지난해 기준 철강사들이 국내에 판매한 후판은 560만t 정도인데, 이중 60% 가량이 조선용 후판이다. 조선용 후판은 조선업계가 최고의 실적을 내던 10년전 톤당 100만원을 훌쩍 넘었지만, 조선업황 침체와 함께 가격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태였다. 철강사들은 그간 적자를 보면서도 만들어 팔던 후판 가격을 정상화 했다는게 가격 인상의 배경이다. 국산 후판가격이 상승세를 탄 것도 중국산 후판 수입증가의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산 철강 제품의 수입 증가는 최근 조선 경기 회복으로 모처럼 후판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철강업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올 들어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선전하면서 중국 조선사들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향후 한국은 후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중국은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수요 감소에 직면한 중국 철강사들이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 정책도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이 환경 문제 해결에서 경기 부양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철강생산을 다시 늘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철강협회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중국 내수가 좋았기 때문에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입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물량 자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추세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며 “중국 철강사들의 생산 능력이 한국 업체들의 15배 정도 되기 때문에 그 중 일부 물량이라도 한국으로 넘어오게 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철강사들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일 경우 경영 환경이 어려운 조선사들이 중국산 제품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철강 제품에 대한 보호장벽을 높이면서 갈 곳을 잃은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이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캐나다, 터키, 인도 등 각국이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가 중국 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AD)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제재를 가했다가는 정치, 외교적으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며, 중국에 진출해있는 한국 철강업체들에 보복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응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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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처럼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후판 생산공장인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조합은 오는 20일까지 총파업을 실시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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