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관계부처·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중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복수안 가운데 이런 방안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의 고위관계자는 “국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행 유지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안 논의 과정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할 복수안이 5개까지 될 수 있다”며 “그 가운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둘 다 올리지 않는 방안도 포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행 유지’는 지난 8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자문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제도발전위는 당시 명목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을 45%에서 유지하되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11%로 올리는 안(①안)과 명목대체율을 원래 계획대로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되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13.5%로 올리는 안(②안)을 제시했다. 인상 시기와 폭이 다르지만 둘 다 ‘보험료율 인상’을 권고했다는 점에선 같다. 당시 제도발전위는 “지난 10년간 급여 수준만 인하하고 추가적인 재정 안정화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20년째 9%에 묶여있는 보험료 인상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복수안에 ‘보험료 현행 유지’를 포함하려는 것은 우선 들끓는 여론 때문이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8월 제도발전위가 내놓은 보험료 인상 방안에 대해 “보험료 부담 증가로 민간소비 감소, 물가 상승, 기업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절반을 내는 경영계나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소상공인·자영업계도 불만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현재 (기업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이 연간 40조원인데 보험료율을 1%포인트만 올려도 4조원 는다”고 말했다.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가입자가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보험료율 인상폭은 더 커져야 재정수지가 맞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명목대체율을 최소한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도 보험료율 인상에는 반대한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소득대체율을 60~70%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고육책으로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는 대신 보험료도 안 올리겠다’는 타협안도 제시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실질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각종 연금크레딧과 보험료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정부의 ‘현행유지’ 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한다. 제도발전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여론과 정치적 부담에 끌려다니느라 깨지 못했던 ‘보험료 두자릿수’라는 징크스를 이제는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지금부터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4중으로 부담을 져야 한다”며 “보험료율 인상이라는 단순한 해법을 피하려다 보니 자꾸 연금 제도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해서 운영한다든지, 국민연금 기금을 기초연금 지급에 사용한다든지 하는 내용은 정부안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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