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은 현재 계열사인 SM상선이 운영 중인 21척의 컨테이너선 중 3~5척을 매각하기 위해 매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SM그룹 측이 팔고자 하는 선박은 계열사인 대한상선으로부터 용선한 컨테이너선이다. SM상선은 선박 21척 중 2척을 제외한 나머지를 대한상선을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 SM상선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미주 동안 노선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서비스를 개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선박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그룹은 컨테이너선 매각을 통해 1,000억~1,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고 컨테이너 박스 매각도 추진 중이다. SM그룹은 현재 8만 4,000TEU(1TEU는 길이가 약 6m인 컨테이너 1대) 규모의 컨테이너 박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를 매각하면 최대 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SM그룹은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매각을 통해 최대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M그룹은 이번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매각이 향후 신규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주 전문 해운사를 표방하고 있는 SM상선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시애틀, 캐나다 밴쿠버 등 미주 서안을 오가는 두 개 노선과 아주 노선 10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베트남 1위 선사인 ‘비나라인’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중국 코스코와도 협력을 강화하는 등 아주 노선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SM상선 측은 선박과 컨테이너 박스 매각 자금으로 아주 지역에서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향후 미주 노선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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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SM그룹의 이번 자산 매각이 SM그룹의 해운업 철수를 위한 차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최근 SM그룹은 자산 매각뿐만 아니라 일부 노선을 중단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SM상선은 지난 8월 초 중국-중동-파키스탄 등을 기항하는 중동 노선을 철수했으며, 인도 항로 총 3개 노선도 8월 말께 중단했다.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M상선은 작년 말 우방건설산업과 합병한데다 비상장사라 정확한 경영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적자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근 오는 2020년부터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비해 대규모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 현대상선과 달리 SM상선은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현재 SM상선이 운영 중인 선박은 2000년대 중후반에 건조된 게 대부분이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의 해운업 지원도 현대상선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SM그룹의 해운업 지속 의지가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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