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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공매도, 아는 만큼 보인다

최창규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알파전략팀장





첫 번째 투자의 창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주제는 ‘공매도’였다. 최근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연출하면서 공매도에 대한 원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공매도로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공매도와 관련해 공격 대상은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대여해주는 대차거래로 옮겨가고 있다.

과연 공매도가 사라지면 모두 행복할까. 과거의 사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루보이다. 베어링 생산 업체인 루보의 지난 2006년 3·4분기 매출액은 54억원, 영업이익은 2억2,000만원이었다. 2006년 10월1일 주가는 1,100원가량이었는데 2007년 4월에는 유증 환산가격 기준 5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루보의 사명은 썬코어다. 정리매매를 거쳐 3월15일 상장 폐지됐다. 다단계 조직이 일방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조작한 것인데 주가 상승이 절대 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다. 만약 공매도가 존재했다면 이러한 일방적 주가 상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매도의 타깃은 이처럼 비이성적인 주가 급등이 이뤄진 종목이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으로 확장해 루보의 주가 급등 과정에서 공매도가 등장했다고 가정하자. 공매도 관련 규정은 현재의 기준을 적용한다. 우선 대차거래부터 시작한다. 공매도를 위해서는 루보 주식을 빌려야 한다. 루보를 보유한 투자자가 다양하지 않아 대차거래에 따른 수수료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다음은 공매도이다. 공매도를 위해 매도 주문을 낼 때도 몇 가지 규정이 존재한다. 흔히 ‘업틱룰’로 불린다.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낮은 호가로 주문을 내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공매도가 체결돼도 끝이 아니다. 다양한 보고제도가 존재한다. 순보유잔액 비율이 0.01% 이상 그리고 보유잔액 평가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 그리고 상장 주식 수 대비 순보유잔액의 비율이 0.5% 이상이면 금융위원회에 해당 내역 등을 제출하고 한국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대량의 공매도 관련 정보는 고스란히 시장에 노출되는 셈이다. 루보의 상장 주식 수 대비 0.5% 이상을 공매도하는 순간 공시를 통해 시장참여자들이 알게 된다. 이를 역이용해 공매도의 손절매를 유도할 수 있다. 루보 급등기에 공매도로 대응했다면 심각한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공매도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차라리 매수 후 기다리는 전략이 훨씬 속 편할 수 있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진입 장벽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도 공매도가 가능하며 134개의 개별주식 선물을 통해 공매도와 동일한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워런 버핏도 200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매도가 많은 주식은 보통 부정을 저지르거나 부정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그런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좋은 회사에 매수로 대응하듯 좋지 않은 회사는 공매도로 접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결국 우리가 증오해야 할 대상이 공매도여서는 안 된다. 오직 불공정한 방법 혹은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를 수행하는 범법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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