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가이드 측에 스타 레스토랑 리스트를 정당하게 채웠으면 좋겠다고 첫해부터 계속 건의했습니다. 미쉐린답게, 스폰서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바람직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모던 코리안 셰프들에게도 양식을 카피하지 말고 우리만의 한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해왔습니다.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밉보였던 겁니다.”
‘미쉐린가이드 서울 2019’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어윤권 ‘리스토란테 에오’ 셰프가 직접 입을 열었다. 지난 18일 미쉐린가이드 공식 발표에서는 그가 일주일 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언급한 대로 리스토란테 에오가 1스타 레스토랑에서 탈락해 1스타보다 한 단계 낮은 ‘플레이트’ 등급으로 등재됐다. 그의 예상이 대부분 현실화되면서 미쉐린가이드에 대한 논란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은 어 셰프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맨 처음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게 된 계기 등을 자세히 물어봤다.
어 셰프는 앞서 언급했듯이 미쉐린 스타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첫해부터 미쉐린 측에 계속 건의해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레스토랑이 올해 1스타 레스토랑에서 제외되리라는 것을 올해 초부터 인지했지만 이를 일찍 알릴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프랑스·스위스 등에서 3스타 박탈을 사전에 듣고 셰프들이 자살했다가 미쉐린이 부랴부랴 가이드북 인쇄를 다시 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서 공공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미쉐린가이드 서울은 첫해부터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한식재단’의 후원을 받아 한식당에 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올해도 스타 레스토랑으로 등재된 26곳 중 절반이 한식이나 한식 기반의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어 셰프는 “일식은 스시로 세계화에 성공했지만 한식은 아직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모던한 한식은 그저 양식의 카피캣일 뿐이다. 정부 기금이 많이 투입되고 있지만 한식만의 대표 콘셉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쉐린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미쉐린가이드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셰프만 발탁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며 “특정인들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다른 셰프들은 들러리였다는 게 너무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어 셰프는 지난주 페이스북을 통해 언급했던 2스타 레스토랑 ‘정식당’을 재차 거론했다. 그는 “임정식(정식당 오너셰프) 정예사단이 있다. 이번에 2스타로 올라선 ‘밍글스(한식 컨템포러리)’ ‘알라프리마(이노베이티브)’, 1스타를 유지한 ‘비채나(한식)’가 그렇고, 그 위에는 광주요그룹이 운영하는 3스타 ‘가온(한식)’이 있다”고 열거했다. 그는 샘표식품, 특정 매체뿐 아니라 네스프레소 등 미쉐린가이드 후원업체 등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이들에 의해 미쉐린이 ‘갇힌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공식 발표 때 미쉐린그룹의 한 관계자가 “시상식 초청장을 1~2주 전 발송하지만 한 달 전에 리스트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9월14~16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용산 고메 페어’ 때 스타 레스토랑 리스트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어 셰프를 포함해 여러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참여했다.
그는 “밍글스가 올해 2스타로 올라서는 것, 정식당이 올해에도 2스타를 유지한다는 것을 이때 알았으며 기존에 밝힌 ‘무오키’ 외에도 ‘모수’ ‘이종국104’가 1스타 레스토랑이 되리라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새로 1스타에 등재된 레스토랑은 그가 인지하지 못한 ‘한식공간’을 포함해 총 4곳이다. 이어 “초청장으로 기존에 받은 스타를 유지하는 것은 추측할 수 있어도 1스타 레스토랑에서 2스타로 올라서는 것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미쉐린의 보안 유지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미쉐린가이드 측에 ‘등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나아가 발표 당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과 미쉐린 스타 셰프가 참여하는 ‘생방송 요리 시연회’를 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그는 대결이 아님을 강조했다. 어 셰프는 “이는 베일에 쌓여 있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선정 기준을 대중에 공개하고 스타 셰프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고 저 역시 공정하게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누구라도 그 시연회를 통해 직접 미쉐린의 실체를 보고 맹목적으로 미쉐린가이드를 믿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글을 올린 11일 이후 현재까지 미쉐린가이드 측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본지는 이 같은 어 셰프의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미쉐린그룹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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