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중국 경제는 각종 대내외 악재에 짓눌려 있는 우리 경제에 더 큰 하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30% 가까이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점에서 중국 성장률 둔화는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 시장에서 각종 중간재를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 상반기 전체 수출에서 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한다. 지난해 24.8%였던 데서 비중이 더 올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수출 비중을 모두 합한 26.3%보다 중국 단일국 수출 비중이 더 클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중(對中)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한국 반도체 수출 가운데 41.7%가 중국으로 향했고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7.7%나 급증한 결과다. 석유화학 제품 수출도 23.7%나 늘었다. 대중 수출 증가가 전체 수출을 끌어올린 셈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는 이러한 쏠림이 큰 심각성을 드러내지 않지만 꺾일 경우에는 오히려 부메랑이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이 최근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이라면서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꺾이면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8.9%에 이른다.
중국 경제가 위축되면 중국인들의 소비가 줄면서 최종재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큰손’ 역할을 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내수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에 중국 경제 둔화→원자재 가격 하락, 대중 수출 감소 →자원 부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싱가포르(-0.7%포인트)와 인도네시아(-0.6%포인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로 큰 0.5%포인트 마이너스 효과를 입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라는 점에서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무역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경제에 압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대상이 2,000억달러 더 확대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직접 피해가 최대 99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중 수출의 7%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한 전문가는 “중국 기업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 중 대중 익스포저가 이미 채무불이행 상태에 근접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