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사진) SK(034730)그룹 회장이 ‘딥체인지(근원적 변화)’ 실행을 위해 사회적 가치 실현 강화 및 사람과 기술을 전면으로 내세운 배경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 때문이다. 한때 ‘기업의 경영교과서’라고 불렸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 111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는 등 기존의 강자들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변화는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체인 업체인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이 형성한 새로운 유통질서에 대응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반면 아마존은 애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업가치 1조달러를 넘어선 기업이 됐으며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를 통해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제주 디아넥스호텔에서 2박 3일간 진행된 SK그룹의 ‘2018 CEO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이 적지 않게 묻어났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이 같은 글로벌 변화 속에서 기회를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의 4대 사업 축이 △반도체 △화학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인 만큼 관련 최고경영자(CEO)들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 수요를 파악하고 융복합 가속화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017670)이 가진 5G 통신망 및 AI 기술,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기차 배터리,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설계 능력 등이 결합되면 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먹거리 확보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최 회장이 이번 세미나에서 딥체인지 실행 방안에 초점을 맞춘 것도 눈에 띈다. 최 회장은 2016년 ‘변하지 않으면 서든데스 할 수 있다’며 딥체인지론을 설파했다. 이듬해에는 공유인프라 구축 및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기업 생존’을 위해 매년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최 회장은 “SK CEO들이 딥체인지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딥체인지를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거나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믿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혁신하는 것이 딥체인지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CEO들 또한 이번 세미나에서 토론을 통해 각사가 안고 있는 장애 요인 등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SK의 3대 핵심 그룹사라고 할 수 있는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SK텔레콤 관련 발표 때는 CEO들의 집중도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끊임없이 제기되는 반도체 산업 고점론을 비롯해 유가 상승에 따른 정유·화학 산업 전망 악화, 시장 포화에 따른 통신 산업 성장 정체 등에 대한 해법과 신성장동력 확보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쓰는 기업만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생각이 기업 문화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와 고객으로부터 무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일 뿐 아니라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며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하루빨리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SK가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는 일반공중(General Society)뿐만 아니라 고객·주주·구성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를 함께 만족시키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어야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비즈니스 모델의 글로벌 성장 및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 방안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사업 실행력 제고를 위한 선택·집중 방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기 위한 디자인 방안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이 중 세 번째 섹션에서는 최 회장이 직접 사회자로 나서 조직과 인력 외에도 관리 및 리더십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세부 실행 방안을 주문하기도 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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