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여 주인공 세경(신세경 분)은 갑작스럽게 휴가를 받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전혀 모르는 세경은 자신의 일터이자 거주지인 집을 잠시 벗어나 번화가로 나옵니다. 이곳에서 세경은 함께 사는 사람이자, 짝사랑 상대인 지훈(최다니엘 분)이 자신에게 커피를 주던 한 카페에 들어서게 됩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같은 난생 처음 마주한 단어 속에서 간신히 주문을 마친 세경은 쓰디쓴 음료, 커피를 마시고 어리둥절해 합니다. 우연히 만난 정음(황정음 분)에게 “어른들만 커피 맛을 안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그날 저녁 짧은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세경은 입에도 대지 않았던 커피를 홀짝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지훈은 커피 마시는 세경을 보고 놀라며 “커피 안 마시지 않냐”고 묻습니다. 세경은 “마셔보려고요”라고 답하며, 쓴 커피도 삼켜 넘깁니다. 마치 ‘어른’처럼요.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오래 전에 끝이 난 시트콤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언론사 취업 전형을 진행하며 영혼이 피폐해져 있었고, 그만큼 저 시트콤을 몰입해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서 묘사한 장면도 아직 생생하게 떠오르고요. 제가 이렇게 추억의 시트콤(일부 독자 분들은 시트콤 이름조차 모르실 것 같습니다)을 뜬금없이 꺼낸 이유는, 세경이란 시트콤 속 주인공이 싫어했던 커피의 쓴 맛 때문입니다. 비단 이 시트콤뿐 아니라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클리셰처럼 ‘커피=쓰다=어른의 음료’라는 공식을 자주 쓰고 있지요.
사실 저도 쓴 맛을 극도로 꺼리는 사람이라 커피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런 저를 두고 ‘초딩 입맛’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바로 ‘커(피) 알(지)못(하는 사람)’입니다.초등학생들도 커피를 마시는 시대에 이 나이가 되도록 커피 하나 제대로 못 마시다니, 하면서 놀라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업무 미팅이 있을 때는 항상 커피 외에 다른 메뉴가 있는 카페를 선택했지요. 코코아나 녹차 같은 것 말입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커피를 피해왔던 저에게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정용부터 오피스, 업소용 전자동 커피머신을 판매하는 ‘유라(JURA)’에서 한 달간 제품을 사용해보고 어떤지 사용소감을 후기형식으로 작성해 달라고 말이죠.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요청을 수락했는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하지만 일은 일. 이를 악물고(?) 커피 매일 한 잔씩은 마셔보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설치가 예약된 날 집으로 유라의 ‘바리스타 알파고’ S8이 배달돼 왔습니다.
◇부담 없는 크기·쉽고 간편한 조작 “만족”= 커피머신을 둘 자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에어프라이어기 대용량 제품도 이 정도 너비는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어프라이어기보다는 깊이가 더 깊습니다. 아주 간단한 사용설명서를 읽고 설명대로 원두를 넣습니다. 구수한 냄새가 나는 로스팅 원두인데 어째서 커피로 바뀌면 쓰디쓰고 시큼하고 그럴까요. ‘커알못’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아무튼 커피를 내려보기 위해 원두 통을 닫습니다. 커피머신이라고 하면 상당히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쉬웠습니다. 기기의 상단 전면에는 디스플레이 창이 따로 있습니다. 한글과 그림으로 메뉴가 나와 있지요. 우유가 들어간 메뉴를 마시려면 한 단계 조작을 더 거쳐야 해서, 아메리카노를 선택했습니다.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제품 조작부에는 커피의 농도(원두량)와 물의 양을 선택하도록 글이 뜹니다. 기본값으로 놔둬 봅니다. 잠깐 커피머신을 이리저리 보는 사이에 한 번 마시기 좋은 양의 아메리카노(설정값 100㎖)가 나왔습니다.
“엇, 전혀 쓰지 않네?” 제가 유라 커피머신으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처음 마셨을 때 했던 말입니다. 커피의 쓴 맛이라면 고개부터 저었던 제가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말하듯 ‘구수한’ 커피의 향도 느껴지고요. 이전에는 쓴 맛을 너무 강하게 느끼는 바람에 커피 향이고 뭐고 관심이 없었지만, 참을 수 있는 수준의 적당한 쓴맛에 무엇보다 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고소하게 느껴지고 부드러운 느낌도 들었습니다. 물론 산미가 적은 원두를 넣어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유라 커피머신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이운재 HLI 대표는 저에게 “원두가 지닌 나쁜 맛은 없애고 좋은 점을 뽑아내 소비자가 즐길 수 있도록 한다”고 몇 번씩 강조를 했는데, 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도 이해가 갔습니다.
◇누가 언제 내려도 최상의 맛=전자동 커피머신이 좋은 점은 누가, 언제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동일한 수준의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특히 유라는 1931년부터 커피머신을 만들어 온 스위스 회사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자동 커피머신을 제조·판매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두의 상태나 온도 등 여러 조건에도 맛 좋은 커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S8 모델에 적용된 ‘아로마 G3 그라인더’는 열 발생을 억제해 원두 본연의 아로마를 보존하고 그라인더 내부에 남아있는 커피 잔류량을 60% 이상 줄여, 다음 커피 추출 시 신선하게 분쇄된 커피를 추출해준다네요. 분쇄된 커피에 물이 고르게 분사돼 잡맛이나 쓴맛을 제외하고 원두 자체의 풍미와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독자적인 안개분사 추출방식(P.E.P)이 적용되었으며, 인텔리전트 워터 시스템(I.W.S)과 클라리스 스마트 필터 카트리지로 물 속의 불순물을 제거해 수질을 최상으로 유지 시켜줍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인 듯한데, 커피를 잘 모르는 저조차도 ‘마시기 참 좋다’, 그리고 ‘맛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많이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평일 아침 출근 준비에 바쁜 시간에도 추출구에 컵만 가져다 놓으면 1분 내에 완성되기에 참 편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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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화이트까지 완전 정복=유라 S8은 자신이 좋아하는 레시피를 저장해두면 설정을 기억해 그 다음 번에도 같은 맛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적당히 옅은 농도의 커피를 좋아해서 별도의 설정을 해두기도 했습니다. 기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다른 가족이 마실 때는 기본값이나 다른 설정으로 바로 변환도 가능합니다.
S8에서 선보일 수 있는 메뉴는 기본 중의 기본인 에스프레소부터 리스트레토, 아메리카노와 같은 블랙 커피 메뉴가 있습니다. 우유를 활용한 카푸치노, 라떼, 마키아또, 플랫화이트도 제공 가능합니다. 유라 측은 “15가지 스페셜티 커피 메뉴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저는 그 가운데 5가지만 마셔보았습니다. 마셔본 메뉴 가운데서는 플랫화이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메뉴를 제공할 수 있는 전자동 커피머신은 오직 유라뿐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플랫화이트는 에스프레소를 먼저 추출한 후에 우유에서 따로 뽑아낸 폼을 넣어야 만들 수 있는데 이 밀크폼 입자가 조밀하지 않으면 에스프레소가 다 밖으로 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라 관계자는 “S8에 탑재된 ‘뉴프로페셔널 파인 폼 프로더’ 정도는 되어야 카페에서 즐기는 플랫화이트를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합니다. 플랫화이트를 시도해 보기 전에 시도한 카페라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시럽을 추가해 달달한 맛을 내니 ‘초딩입맛’인 저도 편하게 마셨습니다. 다만 우유 추출은 별도의 통에 우유를 담은 후 머신 본체와 이 통을 연결해주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우유를 활용한 메뉴를 마신 후에는 머신이 스스로 세척을 진행합니다. 사용자는 세척용 통에 전용 세척용액을 넣고 노즐을 연결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우유 메뉴를 먹고 나서 무조건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1~2분 안에 끝나서 어렵다거나 불편한 점은 딱히 없었습니다. 우유 메뉴도 정복하고 나서는 저만의 홈카페를 마련한 듯한 기분에 뿌듯하기도 했죠. 물론, 커피와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저는 홍차가 커피보다 좋습니다. S8은 그런 면에서 제게 맞춤형 기계였는데, 바로 유라 제품 가운데 최초로 티 전용 3단계 온수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티 종류에 따라 적정한 온도를 골라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죠.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짧은 기간이지만 제가 사용해 본 S8은 다양한 커피 메뉴를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커피머신였습니다. 집 근처 편의점까지 내려가지 않더라도, 유라 커피머신의 역량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요. 다만 이 제품의 가격은 상당히 사악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백화점 매장에서 본 정가는 439만원. ‘헉’하는 소리가 나는 가격이었는데, S8보다 상위 모델인 Z6나 기가라인은 최소 몇 백 만 원씩 더 올라갑니다. “비싸네요”라고 제가 백화점 유라 점장님께 이야기하자, 그분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애호가 분들이 마지막 단계로 찾아오시는 것 같다”고요. ‘커알못’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세계입니다만 커피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제가 평일 저녁에 방문했을 때 유라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에 온 분들은 S8보다 더욱 훌륭한 맛을 내는 최상위급 모델을 염두에 두고 계시더군요. 1,000만원이 넘는 제품이었습니다. 커피는 이제 식사 후에 한 잔 즐기는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지만 마니아들의 세계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니아 분들의 입맛을 충족해줄 수 있는 ‘종착점’으로서 유라가 있는 것이겠지요.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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