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한 편의점. 근처에 있는 두 사람이 누군가를 폭행하고 있다. 늦은 시간대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로만 보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CCTV는 곧바로 폭행이 이뤄지고 있는 곳의 소리를 듣고, 그 쪽으로 카메라를 돌린다. 이윽고 카메라는 폭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곧바로 화면에 표시해준다.
이 기술을 개발한 곳은 CCTV 음성·영상분석 업체인 아이브스다. 2010년 세워진 이 기업은 현재 전국 3,500여 곳 CCTV에 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와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러나 아이브스가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는 건 쉽지 않았다. 배영훈 아이브스 대표는 “막 사업을 시작했을 땐 음성·영상 데이터가 필요해 ‘돈은 안 받겠으니 두 달만 저희 제품을 써달라’며 고객들에게 빌기도 하고, 투자자들과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며 의사소통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가까스로 각 현장에서 몇 만 개의 데이터를 얻어 제품성능도 높이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9일 배 대표는 이와 같은 사례를 서울 영등포구 세대융합창업캠퍼스에서 열린 제 7회 ‘글쎄(글로벌 강소기업 쎄미나)’에서 발표했다. 중소기업연구원(중기연)과 르호봇비즈니스인큐베이터(르호봇)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사례발표를 맡은 배 대표와 이재성 크라운구스 대표를 비롯해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 박광회 르호봇 회장, 김성희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기술처장 황경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희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중기연은 지난 4월부터 ‘글쎄’를 개최하며 국내 강소기업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대졸 청년들이 국내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싶지 않아하는 게 현실이나, 이 자리를 통해 취준생분들께 ‘여기 좋은 중소기업도 많다’는 걸 소개하고 싶다”며 “오늘 두 분의 강소기업 대표님을 추가로 초빙해 총 14명의 CEO를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글쎄’에는 아이브스를 비롯해 프리미엄 침구류를 만들고 있는 크라운구스도 소개됐다. 2015년 창업한 크라운구스는 유명인사 마케팅과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을 비롯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창업한 지 3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이재성 크라운구스 대표는 “저희 회사는 ‘호화로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Luxury)’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숙면의 가치를 제안하고 있다”며 “레드오션으로 변모한 침구 산업에서 차별화를 기하기 위해 고급 브랜드와의 협업, 예술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VIP 마케팅 등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두 기업이 발표를 맡았다는 점이다. 아이브스의 배 대표는 대기업 엔지니어링 계열사에서 노하우를 쌓은 이후 50세에 사업을 시작한 ‘신중년 창업가’다. 반면 크라운구스의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1년 동안 해외영업을 경험한 후 30세에 막 접어들 무렵 창업에 뛰어든 ‘청년 사업가’다. 아이브스는 기술력에, 크라운구스는 마케팅에 방점을 두었던 것도 차이점이다. 박광회 르호봇 회장은 “하이테크 기반의 아이브스, 콘셉트와 가치지향의 크라운구스 둘 다 굉장히 좋아 보이는 일도 하면서 스타트업에 통찰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고 해설했다.
아이브스와 크라운구스의 발표 이후엔 패널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박광회 르호봇 회장은 이재성 크라운구스 대표에게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사랑한다’는 콘셉트로 강렬하게 어필한다”며 “그러나 크라운구스의 경우 브랜딩을 굉장히 강력하게 잘하는 것 같음에도, 지향하는 고객가치가 키워드로 딱 떠오르진 않았다”고 ‘송곳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중요한 건 명확성보다 일관성이라고 본다”며 “글로벌로 나아가는 브랜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가치를 공유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예술일수도, 프로젝트일수도, 예부터 존재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