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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임기내 '1% 성장함정' 빠지나] 내년 성장률 잠재성장률도 밑돌아...日처럼 '잃어버린 10년' 진입하나

<상> 반등 모르는 韓경제...5대 정부째 하락

잠재성장률 2.8~2.9%인데 내년 2.6~2.7% 성장전망

기득권 저항에 노동시장 경직되고 구조조정 제자리

기업투자·미래 먹거리 창출 막히며 성장동력 떨어져





지난해 한국은행은 2016~2020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연 2.8~2.9% 수준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이란 물가상승 없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률이다.

지난 18일 나온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2.7%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추락하는 성장률…“답이 없다”=21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기관이 추정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6~2.7%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7%로 0.1%포인트 낮췄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6%로 0.3%포인트나 낮췄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민간의 관측도 이와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모두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각각 2.6%,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투자은행(IB)의 시각도 비슷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외 주요 IB가 전망한 내년 한국의 성장률 평균치는 2.7%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내년 전망치를 2.4%까지 내려 잡았다. 지난해 3.1% 반짝 성장을 한 뒤로 내년부터는 잠재성장률조차 달성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불황의 신호가 된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의 성장 활력이 떨어지면서 잠재성장률마저 추락해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잠재성장률 하락은 자본과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는 정체되고 노동의 성장기여도가 하락한 결과”라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놓쳐버린 산업·노동 구조개혁…구호만 무성=문제는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릴 신산업이 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내놓은 국가경쟁력 지표를 보면 한국은 140개국 가운데 종합 15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리해고 비용(114위)과 노사협력(124위) 등은 바닥이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강력한 기득권을 깨뜨리지 못한 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하며 노동시장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가 고용보호 완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확대 등 구조개혁을 10년 안에만 시행하면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산업 구조조정도 더디다. 고용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자동차·조선업체 구조조정을 정부마다 뒤로 미뤄왔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재정을 쏟아 지탱하며 다른 신산업 창출을 가로막았다.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다음 먹거리는 ‘의료·바이오’라 외치지만 정부가 원격의료라는 말도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규제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이 여전하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수출주도 대기업의 성장이 한계에 왔는데 대안이 될 내수·중소기업 주도 성장도 어렵다”며 “구조개혁과 혁신이라는 성장동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진통제 처방에 반복되는 경제실험=기존 주력 산업은 힘을 잃고 신산업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을 드러난 문제점을 잡는 데만 쓸 뿐 미래 투자는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471조원의 슈퍼 예산을 편성하며 복지 예산만 162조2,000억원을 배정했다. 이 중 일자리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5,000억원으로 무려 22% 증액했다. 상당수는 노인이나 여성 등 단순 일자리 창출에 투입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람의 기술이나 능력에 재정을 투자해야 하는데 복지로만 빠지며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통제 같은 재정 일자리만 만드는 가운데 대외경제 여건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세계 경제 호황과 수출에 기대 그나마 현재 수준의 성장을 유지했는데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 등 앞날은 가시밭길뿐이다. 소득주도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구조개혁과 기업혁신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일시적으로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지만 투자가 없으면 소득은 발생할 수 없다”며 “내년에는 과거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는 만큼 정책 방향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진혁·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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