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대폭 올려 주택 공시가격이 토지분 공시가격보다 낮은 현상을 바로 잡는다. 다만 공시가격 산정 시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조사가격의 80%에 해당하는 ‘주택 공시비율’을 일단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체 주택에 적용되는 공시비율을 조정할 경우 주택 유형과 가격을 막론하고 공시가격과 이에 따른 보유세가 급등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2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세에 비해 공시가격이 크게 낮은 서울의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시세상승분 이상 올려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렇게 되면 공시가격과 공시지가 역전현상도 상당 부분 바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구 1억원대 주택의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95% 수준이었지만 강남구 60억원대 주택의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은 25%에 그쳤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 44%, 서초구 45%, 마포구 41%, 용산구 43%, 성동구 45%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오른 주요 지역일수록 시세반영률이 45%를 밑돌았다. 반면 강북구(50%), 노원구(50%), 은평구(52%), 구로구(53%) 등 시세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고 저가 단독주택이 위치한 지역들은 시세반영률이 50%를 넘어섰다.
낮은 현실화율로 인해 일부 고가 단독주택은 주택 공시가격이 토지분 공시가격보다 낮은 불합리한 현상이 벌어졌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고가 단독주택 상위 50채 가운데 18채의 공시가격(집값+땅값)이 공시지가(땅값)보다 낮게 산정되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 주택은 공시가격이 51억 1,000만 원인데 반해 토지분 공시지가가 63억 6,000만 원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주택 공시가격 산정 시 공시비율 80%를 적용하면서 조사 가격에 비해 공시가격이 추가로 할인된 것이 원인 중 하나다.
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시비율 80%’ 폐지에 대해 국토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공시비율은 조사자가 산정한 주택가격에 일률적으로 곱해 공시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5년 주택공시제도를 도입하면서 급격한 보유세 부담을 막기 위한 완충장치로 도입됐다. 현재 국토부는 내부적으로 80%를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1억원으로 가격이 조사됐다면 공시가격은 8,000만 원으로 정한다. 공시비율 80%로 인해 서울의 일부 고가 단독주택이 주택공시가격과 토지 공시지가가 역전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공시비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비율을 일괄적으로 조정할 경우 저가 주택까지 한꺼번에 공시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서 “그동안 시세가 많이 올랐던 고가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을 제대로 높이면 공시지가보다 공시가격이 낮았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해 건강보험료 등 60여개 항목의 세금과 부담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일괄적으로 주택 가격대비 공시비율을 올릴 경우 저가 주택 소유자들이 각종 복지혜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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