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증권가에서도 개별 종목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매수’ 일변도의 보고서가 대다수인 점을 감안하면 ‘중립’ 또는 ‘유지’ 등으로 투자의견을 낮추고 목표주가를 내린 것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투자의견을 낮춘 보고서가 31개로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한 11개에 비해 세 배나 많았다. 올 들어 1월·2월·5월 등 월간으로 투자의견을 하향 제시한 리포트가 많았던 적이 세 차례나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이달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 2월 하향(42건) 보고서가 상향(21건) 보고서에 비해 두 배 많았고 1월(상향 34건, 하향 39건)과 5월(상향 35건, 하향 38건)은 비슷했다. 이달 들어 증시가 급락하면서 일부 종목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실적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주가 상승 여력이 떨어져 투자의견을 낮춘 보고서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003540)은 지난 18일 “상승 모멘텀이 없다”며 LG(003550)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낮췄다. 목표주가 역시 10만3,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내렸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화학·전자·화장품 계열사의 2018년 4·4분기부터 내년 실적 불확실성이 부각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유가와 환율 영향에 따라 전망이 어두워진 여행·항공주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KB증권은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대한항공은 3만4,000원에서 3만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은 5,400원에서 4,700원으로 각각 낮췄다. 유안타증권은 하나투어(039130)·모두투어(080160)의 전망치를 수정했다.
한발 앞선 전망은 고사하고 이미 주가가 급락한 후에야 투자의견을 조정한 보고서도 적지 않다. 올해 주가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한샘(009240)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10일, 케이프투자증권은 16일에서야 목표가를 내렸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전망이 쏟아진 후에야 이달 들어 국내 4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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