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모시장이 얼어붙자 대형 증권사들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새로운 창구가 필요한데다 인수 이후 합병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3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1년 6개월 만에 신규 스팩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통합법인 이름으로 조성하는 두 번째 스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5월 1호 스팩을 상장시켰다. 미래에셋대우스팩2호(가칭) 규모는 1호 스팩과 비슷한 70억원 수준으로 확정됐다. 회사 측은 다음 달 거래소 심사를 거쳐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로 상장 후 3년 이내 비상장 회사와 합병해야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제5호스팩(239340)을 마지막으로 합병 전 법인인 미래에셋증권이 조성한 스팩을 올해 모두 소진했다. 2016년 6월 상장한 미래에셋제5호스팩은 지난 9월 이스트소프트의 자회사 줌인터넷과 합병했다. 지난해 조성한 미래에셋대우스팩1호(265480)는 아직 합병 대상을 물색 중이다.
스팩 상장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증권도 올해 기조를 바꾸고 스팩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달 130억원짜리 삼성스팩2호에 이어 머스트자산운용과 함께 3호 스팩 상장을 준비 중이다. 삼성증권은 스팩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2010년 히든챔피언스팩 1호를 설립했지만 합병 상장에 실패해 청산한 경험이 있다. 이후 지난 8년간 스팩 시장과 거리를 뒀다가 올 들어 스팩을 두 건이나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5월 7호 스팩을 상장시켰다. 지난 3년간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많은 4건의 신규 스팩을 상장시킨 바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2건의 신규 스팩을 조성했지만 올해는 한 건도 상장시키지 않았다.
대형사들이 스팩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공모시장의 분위기가 상반기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 요건이 완화되고 코스닥벤처펀드가 등장하면서 직상장하려는 기업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9월까지 스팩 합병에 성공한 업체는 6개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합병 상장사(14건)의 절반도 안된다. 합병 대상이 줄어든 탓에 스팩 상장 건수는 3년 중 최저치다. 지난해 20개 스팩이 상장했던 데 반해 올해 상장한 스팩은 이달까지 8개에 그친다.
하지만 러셀(217500)과 한컴유니맥스(215090) 등 비상장사와 합병한 스팩의 주가가 오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IBK증권과 대신증권이 조성한 신규 스팩은 일반 청약 경쟁률이 50대1을 넘어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하반기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가면서 안전자산과 같은 투자 매력을 지닌 스팩이 재조명받는 모습이다. 스팩은 합병 대상을 3년 내 찾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고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이 나지 않는다. 증권사에도 쏠쏠한 수익원이다. 합병 이후 보호예수가 풀리면 주가에 따라 수십억원의 차익을 올릴 수 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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