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향후 5년간 50조원 투자와 신규 일자리 7만개 창출이라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지난 8일 신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롯데그룹의 경영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23일 “향후 5년간 국내외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또 5년간 7만명을 고용해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신 회장이 앞서 “롯데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해달라”고 주문한 지 2주 만에 나왔다. 재계 서열 5위 기업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확보하기 위한 신 회장의 결단이다. 무엇보다 롯데가 지난 2016년 발표한 ‘향후 5년간 40조원 투자 및 7만명 고용’ 계획과 비교해 투자액이 10조원 늘어 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최근 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투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업 분야별 투자규모를 보면 화학 및 건설이 20조원으로 가장 많고 △유통(12조5,000억원) △관광·서비스(12조5,000억원) △식품(5조원)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분야는 5년간 투자액의 40%가 집중될 화학 업종이다. 롯데그룹의 비금융 부문 그룹사 중 화학 업종의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비중은 55.5%에 달해 이제는 명실상부한 롯데그룹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롯데지주(004990)는 10일 2조2,274억원을 들여 지주 산하에 롯데케미칼을 편입했다. 화학 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의 장애물로 작용했던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된 셈이다.
롯데그룹의 화학 부문 투자는 총 4조원가량이 소요될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이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루이지애나의 에틸렌·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과 유럽 화학 업체 인수 등의 공격적 행보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규모의 경제 확보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목표로 국내 생산 거점인 여수·울산·대산 지역 설비투자 확대와 화학 원료 수급 지역 다변화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의 기존 핵심축인 유통 부문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 투자를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선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글로벌 유통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의 사례를 참조해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과감한 투자로 혁신 모델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유통 부문의 비용절감은 물론 효율성도 높여 유통 시장 강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다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관광·서비스 분야에 12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시장 지배력 확대 외에 호텔롯데 상장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호텔롯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몸값이 낮아져 상장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신 회장을 지지해준 일본롯데 주주들을 위해서라도 일본롯데가 대주주인 호텔롯데 상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롯데 측은 관련 분야에 자금을 집중투자해 호텔롯데의 가치를 높인 후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으로 출국한 신 회장이 일본롯데 주주들과 면담할 것으로 보여 관련 사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또 5조원을 투자해 식품 관련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식품 설비 개선 작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5년간 7만명 고용 계획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롯데는 올해 1만2,000명, 내년에는 1만3,000명을 채용하고 오는 2023년까지 누적 7만명을 고용한다는 복안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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