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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물 폭탄..."호재 없어 바닥 예측 어렵다"

■ 코스피 2.5%↓'검은 화요일'

삼성전자 등 216개 종목 신저가

코스피 연중 최저점 또 경신

주요국 성장률 둔화·실적 악화 등

악재 많아 당분간 반등 어려울 듯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코스피가 2.57% 내린 2,106.10으로 장을 마감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욱기자


외국인·기관투자가들의 매물 폭탄에 코스피가 장중 심리적 지지선인 2,100 아래까지 추락하며 연중 최저점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무역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패닉 장세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패닉을 가라앉혀줄 만한 호재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요국의 성장률 둔화, 신흥국 불안과 국내 기업실적 악화 등 오히려 우려해야 할 요인들만 쌓여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께 증시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급락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쌍끌이로 견인했다. 외국인은 4,238억원, 기관투자가는 2,421억원 등 총 6,6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5월30일(순매도 금액 1조973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국민연금이 22일부터 신규 주식 대여를 중단하고 연말까지 기존 대여분을 회수하기로 한 점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해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시가총액 비중이 높으면서도 악재에 민감한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이 컸다. 코스피200 헬스케어지수가 11.05%나 급락했고 기계업종(-4.39%), 유통업종(-3.2%), 화학업종(-2.95%) 지수도 하락폭이 높았다. 증시 전반이 흔들리면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삼성전자(005930)·GS(078930)·코오롱(002020) 등 무려 216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장중 4만3,000원 선이 깨지면서 4만2,550원까지 내려간 끝에 1.15% 하락한 4만3,050원에 간신히 장을 마쳤다.



증시 큰손들이 앞다퉈 매물 폭탄을 던진 가장 큰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하락은 미국의 대중 관세 관련 강경 발언으로 무역전쟁의 공포감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라며 “증시가 다시 안정을 찾으려면 공포감이 해소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중국 지도부가 관세로 좀 더 고통받아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다음달 30일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극적으로 화해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기대감과 동떨어진 내용인 셈이다. 게다가 미국 군함이 22일 대만 해협을 통과하면서 중국과의 긴장감도 재차 고조됐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뿐만 아니라 일본·중국·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무역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셀 코리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23일 기준)은 2조7,823억원으로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다. 2월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으로 전 세계적인 급락장이 펼쳐졌을 때도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1조5,000억원대였다.

증권가는 증시가 어디까지 추락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지수의 기술적 지지선으로 2,100선이 지목됐지만 이마저 붕괴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수급이 개선된다면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고 언제라도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는 있다”면서도 “상승을 불러올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역분쟁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성장률 둔화, 신흥국 증시 불안 확대 등도 비관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3·4분기 국내 상장사 실적에 대한 기대치는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한 장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건전하지만 성장이 미약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증시가 반등하려면 외형적 성장과 원화 약세 전환, 중국의 경기 부양 등 조건이 필요하며 내년 2·4분기께 상승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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