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최근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거쳐 연기금전문대학원을 설립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국민연금도 기획재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데 예산편성 권한을 쥔 기재부는 중복지출이라는 점에서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미래혁신기획단이 지난 5월 발주한 관련 용역도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이 타당성은 있지만 단기 설치는 어렵다”는 내용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전문대학원은 오는 2025년 국민연금기금 1,0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전문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됐다.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함께 연기금전문대학원을 전주에 둬 전주를 금융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치를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 2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교육부 등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했다. 교육부는 연기금 운용역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기존 대학원에 개설된 경영대학원(MBA) 등 금융 관련 학과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세·한양·경희대 MBA 등에는 관련 전공이, 전주대 경영행정대학원에는 연기금금융과가 있다. 특히 특정 분야만을 다루는 대학원 설립이 남발될 경우 현재 구축된 고등교육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왔다.
IB 업계에서도 연기금 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고 해서 경험과 연륜이 핵심인 연기금 운용역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기 힘든 점에서 반대 입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양성이 이뤄지는 만큼 아무리 과정을 잘 만들어도 바로 운용역으로 채용하기는 힘들다”며 “기존 교육 체계를 통해 연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민연금법도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립보다는 관련 연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혁신도시를 금융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우수 인력들의 이탈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립까지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안효준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를 선임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섰지만 1% 밑으로 급락한 수익률과 운용인력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이사장은 “운용역이 500명은 필요하지만, 현재는 279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운용인력이 절반 가량 모자란다는 얘기다. 김 이사장은 기금운용역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을 위해 국회가 도와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하기도 했다.
/강도원·진동영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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