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GS(078930)그룹은 시스템 통합(SI) 업체 GS ITM 매각 과정에서 이 같은 입장을 인수 후보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상은 다른 대기업들의 비주력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대기업의 비주력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기존 거래를 일정 기간 보장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인수합병 과정에서 매각 이후 관련이 없는데 매출을 보장해 준다는 계약 자체가 해외 사례를 봐도 말이 안되는데다 공정위가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분 매각 보다는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자체를 근절하라는 게 정책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취지는 불리한 조건으로 내부거래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지분을 기준 이하로 매각한다고 일감 몰아주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잘못된 내부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정책의 목적과 어긋 난다” 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를 발표하면서 현대자동차 그룹의 이노션, SK그룹의 에이앤티에스는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기준 밑으로 적거나 아예 없어서 규제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그룹의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과 OCI그룹의 OCI스패셜티는 오너 일가가 다른 계열사를 통해 간접지배하며 규제를 피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모든 내부 거래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시장 기준보다 오너 일가 지배 회사에 유리한 조건인 내부거래만 문제 삼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시스템 통합, 소모성자재구매(MRO), 광고 등의 사업을 계열사에 주로 맡기면서 보안성과 긴급성, 효율성을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오로지 내부 거래로 성장했고 결과적으로 오너들은 이들 계열사의 지분 가치를 높여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자금원으로 활용해왔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인 시장 거래와 다른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비상장 상태에서 오너 일가가 지분을 싸게 사기 위해 증자 등의 방법을 동원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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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압박이 강해지자 대기업들은 계열사 매각에 나섰고 자금력이 막강한 사모펀드가 주요 인수자로 등장했다. 사모펀드는 단기간 일정 이상 수익률을 내서 투자자에 돌려줘야 하는 만큼 인수 조건으로 일정 기간 기존 내부거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각이 추진되는 LG(003550)서브원과 GSITM의 내부거래 비중은 70%에 달해 매각 이후 당장 일감이 끊어질 수 있다. 복수의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내부거래가 절반 이상 되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인수 후 바로 거래를 끊으면 투자 위험이 너무 크다”면서 “내부 거래 유지는 당연하고 언제까지 얼마나 이어줄 수 있는지가 인수 여부를 결정 짓는 관건”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는 그룹에서 일감이 끊기더라도 자생력이 있는 계열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005380) 그룹의 광고회사인 이노션이 대표적인 예다. 이노션에 지분 투자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이노션은 현대차 그룹 물량 이외에 해외 고객사에서 발주 받은 물량이 탄탄하다”며 “따로 떨어져 나와도 성장할 수 있는 만큼 추가로 지분을 매각한다면 인수를 고민할 만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GSITM 인수를 추진 중인 사모펀드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하는 전략적 투자자와 손잡고 유사 업종끼리 묶는 전략이라면 기존 일감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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