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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국민연금 운용인력 절반 부족한데...'밥그릇 싸움'만

■연기금전문대학원 사실상 백지화

교육부 "특정대학원 설립 남발땐

고등교육 체계가 흔들린다" 반발

전문가 “운용본부 서울로 옮기고

처우개선도 서둘러야” 지적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하던 연기금전문대학원이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을 내건 정치권과 이에 편승했던 보건복지부, 기존 고등교육체계를 손대지 않으려는 교육부와 중복 투자를 반대한 기획재정부의 갈등이 만들어 낸 촌극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만성적인 운용인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굴릴 전문가가 태부족한 상황이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운용역이 500명은 필요하지만, 현재는 279명 수준”이라며 “의원님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써 달라”고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치권과 복지부는 연기금전문대학원이 전북 발전과 운용역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3월 전주혁신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연기금과 연계한 산업, 전북의 자산인 농생명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 연기금전문 대학원 설립도 힘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 당선 후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은 탄력을 받았다. 국회에서는 연기금전문대학원 설치를 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2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속도가 붙는 듯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 등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했다. 교육부는 연기금 운용역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는 동의하지만 기존 대학원에 개설된 경영대학원(MBA) 등 금융 관련 학과와 기능이 중복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실제로 현재 연세·한양·경희대 MBA 등에는 관련 전공이, 전주대 경영행정대학원에는 연기금금융과가 있다. 교육부는 특정 분야만 다루는 대학원 설립이 남발될 경우 현재 구축된 고등교육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왔다. 연금 운용역의 인력 부족 현상이 전문 교육기관 부재에서 온 것이 아니라 전주라는 지역적 한계 및 운용역에 대한 부실한 처우가 근본적 문제란 점에서 복지부 역시 연기금 전문대학원 설립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연기금전문대학원을 설립한다고 해서 경험과 연륜이 핵심인 연기금 운용역을 하루아침에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는 현장에서 전문적인 양성이 이뤄지는 만큼 아무리 과정을 잘 만들어도 바로 운용역으로 채용하기 힘들다”며 “기존 교육체계를 통해 연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민연금법도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보다는 관련 연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정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635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한다. 기금규모가 2041년 1,77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소진 역시 빠를 것으로 보여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안효준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을 선임하는 등 새판짜기에 나섰지만 1% 밑으로 급락한 수익률과 운용인력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해 전주를 금융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 우수 인력 이탈이 계속 이어질 경우 연금법을 개정해 연기금전문대학원 설립할 것이 아니라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다시 옮기는 한편 운용역 처우 개선에 먼저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임세원·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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