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엔터·바이오주 급락에 따라 700선이 붕괴됐다. 근 1년 만의 추락이다. 그동안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던 미국 경제·증시까지 흔들리자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고,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가 몰려 있는 코스닥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중소형주들은 특히 투자심리에 민감한 만큼 당분간 눈에 띄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74% 급락한 699.3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7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기관은 370억원, 개인은 113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518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견인했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그동안 글로벌 증시의 버팀목이 됐던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네이처셀(-12.1%)을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6.99%), 셀트리온제약(-5.75%), 신라젠(-4.66%) 등 핵심 바이오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지난 23일 셀트리온 2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셀트리온 지분 2.9%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매각한 뒤 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이 급락한 데 이어 이틀째 강진이 계속된 것이다. 코스닥 의약품지수는 이달 들어 22% 하락해 올해 월간 기준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대표주인 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 에스엠(04151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도 3·4분기 실적 악화 우려 속에 폭락했다. 엔터주 폭락은 그동안 견조했던 주가와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성장주를 집중 매도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충격파를 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조금이라도 먼저 팔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투자자들의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밸류에이션 수준이 높은 성장주 매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낙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내다 판 셈이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듣기 힘들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반등을 일으킬 만한 요인 자체를 찾기 힘든 탓이다. 다만 환율 안정을 통해 조정이 일단락될 가능성을 기대하는 시각도 제시된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증시가 많이 오른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건전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근 발언 등을 고려해 보면 큰 폭의 조정을 원치는 않는 것 같다”며 “어느 정도 조정을 거쳐 환율이 안정을 되찾으면 한국 등 신흥 시장도 내달 초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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