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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심상치않은 외국인 이탈]실적 탄탄한 우량주도 외면...이달 들어서만 4조 순매도

강달러·금리差·안전자산 선호심리 맞물려 선진국으로

채권시장에서도 돈 빼기 시작...이달에 1조 넘게 팔아

外人 붙잡을 방법도 마땅찮아... 증시침체 길어질수도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올해 최대 규모로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며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 안전한 선진국으로 옮기면서 그나마 수익률이 견조한 주식까지 팔아치우는 등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와 증시의 펀더멘털이 아닌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인 만큼 붙잡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외국인 자금 이탈과 증시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52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677억원을 순매도했다. 월별 기준 연중 최대 규모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올 상반기 3조8,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지만 3·4분기 들어 순매수(약 1조7,000억원)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선물시장에서도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이달 개인들은 주가 반등을 기대하며 코스피200 선물을 1조6,65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은 선물마저도 1조5,245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그만큼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약하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짐을 싸는 가장 큰 이유는 강달러와 금리격차, 안전자산 선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무역분쟁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겹쳐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선진국으로 옮겨가는 큰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낸 종목은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습도 관측된다. 삼성전기(009150)처럼 주가 방어가 양호했던데다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좋은 종목을 이달에만 8,000억원 가까이 팔아 치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투자가도 장기투자 성격의 자금, 헤지펀드, 단기자금 등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최근 가속화된 자금 이탈의 원인은 몇 가지가 섞여 있다”며 “장기자금은 최근 테마섹의 셀트리온(068270) 블록딜처럼 그동안 견조했던 종목들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서는 사례가 꽤 있고 이와 함께 증시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흥국 비중을 줄이면서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전망이 좋은 선진국으로 자금을 옮겨간다는 이야기다.



최근 오펜하이머 등 외국계 펀드의 네이버 블록딜도 마찬가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그동안 급락장에서 버텼던 종목, 성장주를 팔아 차익실현하는 대신 많이 빠진 종목을 사들이는 등 리스크 관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기 외에도 삼성전자·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다.

외국인들은 채권시장에서도 돈을 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1조10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올 들어 처음으로 매도세로 전환해 8월 말 114조2,820억원까지 늘었던 외국인의 한국 채권 보유 규모도 지난 23일 기준 111조464억원까지 감소했다. 외국인 매도로 채권금리도 상승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갈수록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채권 매도로 인한 시장 악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대외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신흥국 전반에서 자본 이탈이 일어나면 자본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년 한미 금리 차이가 1% 이상 벌어질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증시 역시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 규모가 늘어날수록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들어 10% 넘게 하락했다. 2011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증시 급락을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미국·중국 증시가 동시에 흔들리며 금융시장에 극단적인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의 전망은 밝지 않다. 구용욱 센터장은 “어느 정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후에는 무역분쟁 완화 등의 신호가 필요하지만 아직 가늠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어느 정도 방향이 잡혀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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