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좀 더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고 실력이죠.”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하루 전 정부가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대책을 두고 실망스럽다는 야당 의원들의 난타가 이어졌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재부의 정책 품질을 의심할 정도로 단편적”이라며 쏘아붙였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는 승차공유·숙박공유·원격의료 등과 관련한 규제 개혁이 이번 대책에도 원론적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데 집중됐다. 대책 발표 당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부처 간 격론이 벌어졌지만, 결국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은 연내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선에서 봉합되는 데 그쳤다. 공유경제의 대표 사업 모델인 ‘카풀(승차공유)’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한 채 ‘신 교통서비스’라고 돌려 표현했다.
김 부총리는 부처 간 조율이 미흡했고 이해 당사자들의 반대 입장 설득이 쉽지 않음을 사실상 인정하며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의 실력이다”는 말을 이날 국감에서 반복했다. “(규제 혁신을 두고) 당정 협의 과정에서 부총리의 생각이 관철됐는지, 청와대와는 대화가 잘 됐는지”를 묻는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는 “좀 더 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김 부총리는 다만 규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점은 재확인했다. 그는 “공유경제를 포함한 규제 개혁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기존 기득권과 보상 체계를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길을 안 가고도 우리 경제가 잘 나가면 안 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득권과 새롭게 시장에 들어오려는 사람들 간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문제의 성패는 상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 비리와 관련해서는 “이 사태를 엄중히 보고 있다”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주무 부처를 통해 사실조사를 한 뒤 결과를 보고 조사 확대를 포함한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가 산하 공공기관과 유착돼 ‘봐주기 감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 식구 봐주기를 할 경우 주무 부처 책임자까지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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