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009540)에 이어 대우조선해양(042660) 노동조합이 사내 하청업체 노조와 연대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이 11월 총파업 총력투쟁 돌입을 선포한 가운데 노조의 세 불리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장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야드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배 중에 정규직으로만 만들어지는 배는 없으며 하청 노동자만 만드는 배도 없다”며 “하청 노동자도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만큼 원 하청 노동자와 강력한 연대투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하청업체 노조와 연대를 추진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최근 조선업황 침체와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율 저조 등으로 조선사 노조의 협상력이 떨어지고 있어 하청업체와의 연대로 세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 노조는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와 급식업체인 웰리브지회 등 총 5개 지회를 연대해 대우조선 노조원 6,000명을 포함해 약 1만 노조원의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적폐 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 대개혁을 위한 11월 총파업 총력투쟁 돌입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연루와 급속한 여론 악화에 따른 자구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 노조가 하청업체와 연대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하청업체 직원들의 임금이나 복지 조건 등과 관련해 협상에 나설 의무는 없다.
다만 대우조선 노조가 사측을 통해 우회적으로 하청업체 경영진에게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압박할 수는 있다. 대우조선 노조도 이를 고려해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처우개선 등을 약속하면 연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7월 정규직과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를 아우르는 단일노조를 출범시킨 바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하청업체와 손잡고 1사1노조를 구축한 첫 사례였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조선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조선사 노조가 임금 단체협상 등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한편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율도 저조해 노조에 힘이 실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하청업체들과 힘을 합쳐 세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정규직과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간 연대가 잡음 없이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정규직 노조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조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7월 현대중공업은 정규직과 하청업체 비정규직 간 연대를 위해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관련 안건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으나 찬성 53.5%로 겨우 통과됐다.
민주노총도 최근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가짜 뉴스’로 규정하며 대응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27일 지역본부별 투쟁승리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다음달 21일부터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과 별개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업종·의제별 위원회에는 적극 참여해 ‘투쟁과 대화’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다만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는 내년 초까지 미뤄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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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만났다. 이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데 노동계에서 총파업을 한다고 하니 우려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경사노위 참여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경사노위에 대한 민주노총의 참가 결정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경사노위가 갈등을 빚는 여러 문제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데 가능한 한 민주노총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결단했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어 “당에서 추진 중인 민생연석회의와 경사노위에 많은 의견을 주시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또 노동계 불참 선언으로 무산 위기에 처한 ‘광주형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을 올리는 사회통합형 일자리”라며 “광주에서 협의하고 있는데 이달 말까지는 마무리 지으려 당과 정부가 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노조 할 권리, 사회를 크게 개혁해야 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11월에 저희가 일손을 멈추고라도 기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총파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대화 의지를 주춤거리게 하는 일이 자꾸 벌어져 우려스럽다”며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시간 단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민주노총에서 주장하는 공공 부문 인력 충원과 안전한 공공 서비스 제공을 하지 못하게 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 지부는 사측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결정에 반발해 24일부터 청와대에서 지부 간부들이 릴레이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법인 분리가 생산 부문 구조조정과 GM의 한국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고병기·이종혁·하정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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