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기능성 소재, 농업 자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곤충은 미래 농업자원으로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잠재 가능성에 비해 시장 성장은 그리 순탄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곤충산업 활성화에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곤충산업의 장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성장 가능성과 비전이 어마어마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성장 가능성과 비전‘만’ 있다는 겁니다.” 2015년 귀농해 경기도 시흥시에서 식품용 쌍별 귀뚜라미 농사를 짓고 있는 30대 농업인 김 모 씨의 말이다.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식량 및 사료 안전에 대한 미래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곤충 식용화와 사료화가 미래 식량 안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곤충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사료 효율이 높은데다, 소나 돼지 등 가축에 비해 환경오염 요소도 적어 대안 식량으로서 탁월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게다가 번식력까지 강해 생산 부문에서도 기존 가축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보고서 이전에도 세계 각국은 이미 곤충산업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분주히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2009년 농림수산생명공학 발전방안 보고서를 통해 곤충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0년 곤충산업법을 제정, 같은 해 생명산업 2020 발전전략을 수립해 대응에 나선 바 있다. 2011년에는 제1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이 시행돼 구체적인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적극적인 정부 스탠스 덕분에 2010년 265호뿐이었던 곤충 사육농가가 2017년엔 1,820호까지 늘어났다.
“어떤 걸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곤충사업을 접하게 됐는데 이게 완전히 블루오션이더군요. 미래 먹거리나 대안식량으로써 매력도 컸지만, 무엇보다 곧 잠재력이 터질 것 같았어요.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당시에 시장이 꽤 형성돼 있었거든요. 일본이 이 정도면 우리나라도 1, 2년 안에 흥행이 시작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더라고요. 제가 잘못 생각했던 거였어요.”
◆ 아직은 지역행사용 곤충이 대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용도별 곤충시장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680억 원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곤충시장 규모는 2015년 3,039억 원으로 성장했다. 2017년 조사에선 전체 시장 규모가 4,000억 원까지 상승했다. 눈에 보이는 숫자로만 보면 최근 몇 년간 국내 곤충시장은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지역 농가 단위에선 시장 성장이나 산업 활성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역 농가들이 느끼는 괴리는 상당 부분 곤충시장 성장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곤충시장 성장을 이끈 것은 나비 등 지역행사용 곤충이었지 지역 농가에서 많이 사육하고 있는 식품용이나 사료용, 약용 곤충은 아니었다. 지역행사용 곤충은 기업형으로 많이 사육돼 최근 2배가 넘는 곤충시장 성장에도 지역 농가들은 크게 그 성장을 체감하지 못했다.
흔히 곤충산업이라 하면 식용이나 사료용 사업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두 사업은 시장 규모 면에서 아직 마이너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1년 시장조사에서 식용 곤충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아 집계조차 되지 않았고 사료용 곤충시장은 25억 원으로 전체(1,680억 원) 곤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지나지 않았다.
2015년 시장조사에서도 두 시장 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식용 곤충시장과 사료용 곤충시장은 각각 60억 원을 기록해 전체(3,039억 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가 채 되지 못했다. 2017년 조사에선 식용과 사료용, 약용이 뭉뚱그려 함께 조사됐는데, 3개 시장 합산 규모가 고작 250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곤충시장 4,000억 원의 6%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지역행사용 곤충시장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고 성장률도 높았다. 2011년 시장조사에서 지역행사용 곤충시장 규모는 400억 원을 기록해 전체 시장(1,68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4%에 달했다. 2015년 시장 규모는 1,816억 원으로 2011년 대비 4.5배나 성장한 모습을 보였고 전체 시장(3,039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로 크게 급증했다.
◆ 식용·사료용 곤충시장 고성장 예고?
2015년 기준 우리나라 곤충시장에선 지역행사용 곤충시장이 1,816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위는 432억 원 규모인 화분매개 곤충시장이었다. 학습·애완시장이 421억 원, 유용물질시장이 2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식용, 사료, 천적, 약용시장은 각각 시장이 100억 원에 훨씬 못 미쳐 마이너로 분류됐다. 이들은 지역 농가에서 주로 사육하는 곤충들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현재까지의 시장 성장만 본다면 지역 농가의 미래는 밝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반전될 확률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같은 자료에서 향후 5년간 가장 성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곤충시장으로 식용과 사료용, 약용시장을 꼽았다. 특히 식용 곤충시장은 2015년 6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1,014억 원으로 무려 17배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료용(60억 원 → 183억 원)과 약용(20억 원 → 39억 원)은 각각 3배, 2배 성장을 예상했다.
남성희 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장은 말한다. “2014년 이전까지 식용 곤충시장의 규모는 거의 0이었습니다. 식품원료 인증 등록이 안 돼 식품화해서 먹는 게 불법이었거든요. 그러다 벼메뚜기, 누에 번데기, 백강잠 등 올해까지 총 7종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일반식품원료로 등록돼 비로소 국내에도 식용 곤충시장이 열리게 됐죠. 그러니까 이 시장은 현재 아주 초기 시장인 거예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 3월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이하 제2차 육성 계획)’을 통해 △곤충자원 기반 프리미엄 식품·사료시장 진출 △대량생산·대량소비시장 창출과 이를 연계하는 유통체계 마련 △곤충과 지역 자원을 연계하는 新6차 산업화 사례 창출 등의 기본 방향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곤충산업 발전 세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기본 방향에서 알 수 있듯 제2차 육성 계획은 상당 부분 식용·사료 곤충시장 활성화에 역점을 둔 모습이었다. 식용과 사료 부문은 곤충산업 활성화 체감 정도가 큰데다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식용, 사료용 외 7개(학습·애완, 화분매개, 천적, 환경정화, 약용, 지역행사, 유용물질) 시장은 확장성 측면에서 성장 여력이 크지 않아 이 같은 전략이 수립된 것으로 풀이된다.
◆ 장밋빛 전망은 아직 이르다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면 식용과 사료용 곤충 위주로 사육하는 지역 농가들도 곧 곤충시장 성장에 따른 과실을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가 않다. 황규민 한국곤충산업중앙회 회장은 말한다. “식용곤충 쪽은 농가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생산단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여전히 곤충식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요. 게다가 현 정부가 곤충산업 이해 부족으로 관련 예산을 줄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현 정부가 곤충산업 활성화에 미온적이라는 반응은 지역 농가에서 꽤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 근거는 명확하지가 않다. 다만 개별 농가 예산 지원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조병희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사무관은 말한다. “곤충산업 관련 예산 중 개별 농가 지원 예산은 ‘곤충사육시설 현대화사업’ 한 종류가 있습니다. 융자를 지원해 주는 건데요, 이게 2017년까지 예산이 꾸준히 증액돼 50억 원까지 편성됐었거든요. 그런데 올해 들어 예산이 30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농가 수혜 범위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를 두고 곤충산업 관련 예산이 크게 줄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사업에 꾸준히 예산이 편성되고 있거든요.”
곤충사육시설 현대화사업은 제2차 육성 계획에서 지원 규모 확대 및 사업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는 점에서 예산 감축을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제2차 육성 계획에선 오히려 지원 규모를 100억 원까지 확대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곤충산업 정책 지원이 개별 농가에서 단체나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융통성 있게 해석할 수도 있다.
남성희 과장은 말한다. “개별 곤충사육 농가에 예산지원이나 정책지원을 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초기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원했던 것이고, 다른 농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별 농가 지원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곤충산업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보고 있거든요. 이제는 개별 농가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지역이나 단체에 지원하는 쪽으로 지원 대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 곤충 식품 상품화는 상당한 시간 필요
장밋빛 전망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건 수요 및 판로 개척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제2차 육성 계획 발표 당시 식품·유통 관련 대기업들을 독려해 기업 주도의 곤충산업 활성화를 꾀했었다고 한다. 기업 주도로 대량 소비시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이에 발맞춰 생산 농가도 조합화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상품단가를 낮춰 다시 소비시장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주요 식품기업에 문의한 결과 이들은 “정부로부터 특별히 요청을 받은 일은 없었고 다만 곤충식품 상품화를 저울질하기 위해 관심은 기울이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사실관계야 어떻든 비슷한 시기에 몇몇 식품 대기업이 식용곤충 상품화 시도를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상품화는 연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자체 평가에서 맛은 괜찮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상당했어요. 어떻게 해도 소비자 조사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상품 단가도 높았고요. 이게 웃긴 게, 사람이 먹기 싫다고 하면 사료용으로 더 많이 팔려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먹는 식품으로 나가는 소비가 더 많습니다. 비싸서 가축 사료로는 못 쓰거든요. 사료로는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있는 반려동물 시장, 애완동물 시장에서나 쓰이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마트는 올해 4월 유통업계 최초로 식용곤충 상품 ‘퓨처리얼(시리얼·이더블 제조)’ 3종 판매를 시작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이마트는 PK마켓 고양·하남점, SSG푸드마켓 청담·마린시티점, 스타슈퍼 도곡점 등 5개 점포에서 퓨처리얼을 판매했다. 6개월이 흐른 현재 퓨처리얼 3종의 판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김보배 이마트 홍보팀 과장은 말한다. “사실 판매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냥 구색을 갖추는 수준이에요. 현재는 PK마켓 두 곳, SSG푸드마켓 두 곳 해서 4개 매장에서만 판매되고 있고요, 제품 종류도 2종으로 줄였습니다. 곤충산업이 길게 보면 유망한 산업이라 생각하지만, 아직은 소비자들 인식 때문에 상품화가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저희 같은 소매 채널은 소비자 인식이 우선이다 보니 ‘곤충식품 가공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 이런 전략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소비자 인식 문제를 고려해 가공식품 개발보단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단백질이나 지방 성분 등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소재상품도 당장 상품화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채민수 CJ제일제당 홍보팀 부장은 말한다. “현재도 곤충을 이용해 기존 소재를 대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기존에 먹어왔던 맛이나 향, 색, 식감 같은 데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보니 상품화에는 조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떻게 하면 곤충 소재를 기존 소재와 거의 흡사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곤충을 활용한 식품 개발은 생각보다 보완할 부분이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스기사>
◇ 지역별로 활성화 체감 다른 이유
현 정부가 곤충산업 활성화에 미온적이라는 지역 농가의 불만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불만 내용도 막연히 ‘소홀해진 것 같다’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조병희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사무관은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 “정부 지원 외에도 도나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곤충산업 관련 지원들이 꽤 있습니다. 근데 이게 지자체별로 편차가 심해요. 그렇다 보니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할 때 생기는 지역 단위 정책 변화를 정부 정책 변화로 오인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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