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부진으로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전년 동기 대비 2.0%를 기록한 25일 서울경제신문 펠로와 경제전문가들은 “하루빨리 노동과 산업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국내 경제지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분으로 꼽은 것은 투자 부진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는 미래의 고용과 가계 소비를 나타낸다”며 “최근 투자 부진을 반도체나 주택 투자의 기저효과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자동차나 조선 등 다른 제조업 전반의 투자 상황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산업별 설비투자액 추이를 보면 고위기술산업군 중에서도 반도체는 2012년 대비 2017년 투자액이 1.73배 증가했지만 중고위기술산업군에서 자동차를 뺄 경우 5년간 투자가 17%만 늘었다”며 “고용 창출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투자가 촉발하는 경제 선순환이 꽁꽁 묶인 상태에서는 경기를 돌릴 만한 전환점을 찾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이 쌓아놓고 있는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할 유인책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첫째 과제는 노동 경직성 완화다. 서경 펠로이자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 안정성도 중요한 과제지만 임금증가 속도가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호황기에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을 올렸지만 대외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임금을 줄일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에 놓였던 점을 상기했다. 강 교수는 “임금만 빠르게 올라가고 노동 경직성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기업들은 눈치만 볼 뿐 섣불리 투자할 수 없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투자할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역시 “기업이 임금 비용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2년 연속 최저임금 상승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갑작스러운 인건비 부담에 제대로 경영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규제 개혁 역시 필수 과제로 꼽힌다. 빅데이터나 차량·숙박 공유 등 새롭고 창의적인 서비스가 세계 시장에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각종 규제와 이익집단의 반발에 가로막혀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각 집단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절충점을 찾아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할 열쇠는 정부에 달린 셈인데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업의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명확한 구조조정 원칙을 세우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더디게 이뤄지며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연명하는 생태계 속에서는 정상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연구위원은 “시중에 이미 돈은 많기 때문에 금융 대책은 투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투자할 곳을 못 찾고 있거나 투자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구조조정은 어떻게 할 지, 기존 수출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어떻게 재편할지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 위험요인에 맞서 정부가 확대재정 기조를 강화하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효율적인 집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만드는 재정일자리는 개인의 경력이나 역량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예산만 투입하는 사례가 많아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실제 경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늘려도 사람의 기술이나 능력에 대해 투자를 해야 한다”며 “복지에 우선한다면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진혁·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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