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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라틴어문장수업] 인생은 짧고 라틴어는 길다?

■라틴어 문장 수업

김동섭 지음, RHK펴냄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유명한 이 말은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것으로, 인생은 덧없지만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의 라틴어 원문을 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아르스 롱가, 비타 브레비스(Ars Longa, vita brevis)’라는 문장에서 예술로 번역된 첫 단어 ‘아르스(Ars)’의 주된 뜻은 ‘기술’이며, 특히 여기서는 히포크라테스의 전공인 의술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전체 문장을 살피자면 ‘기술은 길지만 인생은 짧다’에 이어 ‘기회는 빨리 지나가고, 실험은 불완전하고, 판단은 어렵다’는 말이 뒤따른다. 결국 “원전을 충실히 번역하면 ‘인생은 짧지만 기술, 즉 학문은 영원하다’이다”라는 게 바로 이 책 ‘라틴어 문장 수업’의 설명이다.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리모주 대학에서 석사를, 파리5대학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수원대에서 10년 넘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있는 삶’을 부제로 앞세운 책은 라틴어로 기록된 경구, 속담, 격언 등의 문장을 소개하고 기초 문법은 물론 관련된 일화도 들려준다.



언어를 단지 ‘말’이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언어에는 그것을 사용하는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지혜, 문학, 예술, 사랑,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든다. 그런 외국 언어 중에서도 라틴어는 좀 더 특별하다. 영어 어휘의 절반 이상이 라틴어의 영향을 받았고, 학문 용어의 대부분이 라틴어이며, 서구문명의 뿌리가 바로 라틴어이기 때문이다.

18세기를 풍미한 이탈리아 출신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자서전 ‘불멸의 유혹’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정치가 세네카도 이와 비슷한 말을 남겼는데 라틴어로는 ‘시 비스 아마리 아마(Sivis amari ama)’이다. 이 외에도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 ‘생의 한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Media vita in morte sumus)’ 등 문장 하나하나가 깊이있는 울림을 전한다. 총 275개의 문장을 소개했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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