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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자동차 산업] 실적 최악인데 사상최대 해외연수…산업붕괴 자초하는 勞

< 하 > 노조 개혁이 생존의 조건

파업 통해 임금 올리고도 年 연수인원 세배나 늘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 12.29%...도요타의 2배 넘어

고용 경직성·고비용 해결 못하면 車산업 고사 불보듯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6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광장에서 올해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9년 만에 최악의 3·4분기 실적(2,889억원·76% 감소)을 발표하기 사흘 전인 지난 22일. 이날 노조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연수를 떠났다. 현대차(005380) 노조는 올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563명이 4박5일간 중국 연수를 떠난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두 차례 파업을 통해 기본급 4만5,000원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250%와 280만원 등을 받았다. 여기에 2년간 사상 최대 규모인 3,000명의 노조원이 해외연수를 가는 안을 타결했다. 노조는 “올해 실적 부진을 감안해 매년 500~700여명이 가던 유럽 연수 대신 중국 연수를 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충격적인 실적 악화 속에 임금 인상도 모자라 연간 평균 연수인원을 지난해(530명)보다 세 배 늘렸다. ‘고통 분담’ 차원에서 중국을 연수지로 골랐다는 변명이 옹색할 정도다.

실제 노조의 해외연수 일정은 관광이 많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일정은 2일 차 베이징현대차(2시간)·현대모터스튜디오(1시간30분), 3일 차 현지전문가 특강(2시간), 4일 차 상하이 폭스바겐 견학(1시간) 등 6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현대차 노조의 해외 연수는 현재 우리 자동차 산업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금융투자 업계는 현대차가 미래를 위한 생산시설 투자(3조원)와 연구개발(R&D) 자산화 비용(약 1조3,000억원), 세금(약 2조원) 등을 대기 위해서는 영업이익률이 4% 수준을 유지해야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가 기록한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1.2%(3·4분기 기준). 간극이 무려 3%포인트에 가깝다. 이대로면 미래가 없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익률이 추락하는데도 인건비 상승세에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 5,009만원이었던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임금은 2017년 9,072만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29%로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5.85%)·폭스바겐(9.95%) 등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반면 생산성은 세계 최하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 지표인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공장의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26.8시간(2016년 기준)이다. 르노의 스페인 바야돌리드(16.2)보다 10시간이나 더 걸린다. 같은 회사인 현대 체코(21.24)공장보다도 5시간이 더 걸린다. 한국차는 생산성 향상 없이 고정비용인 인건비가 오르면서 차값만 뛴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설상가상인 점은 파업을 담보로 인건비를 올리는 노조에 제동을 걸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은 조합원 75%가 동의해야 하는 파업을 한국은 50%만 찬성하면 된다. 심지어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이 생길 경우 대체근로자 투입을 허용하는 일본과 독일·미국 등과 달리 한국 노동법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매년 최대 1조원이 넘는 생산차질에도 임금을 높이기 위해 파업에 돌입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현대차만 해도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1만1,487대의 생산차질을 빚어 약 2,500억원의 피해를 봤다. 김태년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상황이 이런데도 기득권 강화에만 집중하고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것이 우리 노조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익이 더 추락하면 한국도 과거 선진국처럼 강제 구조조정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망해야 정신을 차리는 최악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파국을 면하기 위해 노조가 결단을 내린 사례가 많다. 도요타는 지난 1950년대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자 노사가 극한의 대립을 벌이다 1962년 ‘노사선언’을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 노조는 자발적 임금 동결을, 사측은 적정 생산대수 유지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독일도 2000년대 초 생산량이 줄며 실업이 급증하자 임금을 20% 낮춘 생산공장(오토5000)을 짓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우리 노조도 이런 점을 벤치마킹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하지만 광주시가 평균 연봉 4,000만원의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려고 하자 현대차 노조가 앞장서 반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고비용 구조에 급격히 흔들리면서 해외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며 무역전쟁을 하고 있어 더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관세 폭탄과 함께 “미국에서 생산하라”며 법인세까지 낮추고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생산인력이 5만3,000여명으로 최대를 기록했고 한국GM도 한국 생산물량을 줄이고 주요 차종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르노삼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도훈 경희대 특임교수(전 산업연구원장)는 “기업들이 해외생산물량을 늘리면 기업은 살지만 한국 차 산업은 고사한다”며 “강성 노조를 등에 업은 고용 경직성과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차 산업의 기반은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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