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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바그너와 드뷔시

양창훈 HDC현대산업개발 상근자문





리하르트 바그너의 최고 역작 ‘니벨룽의 반지’가 오는 11월 한국에 온다. 무려 28년에 걸쳐 작곡됐으며 4부작 총 17시간에 달하는 오페라의 대서사극이다. 바그너가 “세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자부했을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역사적인 수작으로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이 벌써 설레고 있다.

황금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사랑·배신·복수가 음악과 역사·철학·미술·문학에 걸친 종합예술의 형태로 펼쳐진다. 음악과 연극(스토리)의 완벽한 결합을 토대로 기악과 성악·무대장치의 종합예술을 선보인 역작이다.

‘니벨룽의 반지’가 위대한 것은 예술적 완성도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페라의 혁신’으로 추앙받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의 흐름이 깨지지 않는 무한 선율을 처음 도입해 극의 흐름이 단절되지 않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오페라는 아리아 중심으로 돼 있어 극이 중간중간 단절되는 느낌을 주고는 했다.

바그너와 함께 음악사에서 큰 혁신을 이룬 인물로 클로드 드뷔시를 꼽을 수 있다. 드뷔시는 20세기 초 프랑스 음악의 정점을 이룬 작곡가로 당시 팽배하던 낭만주의 음악에 반기를 들며 인상주의 음악을 실현했다.

그가 현대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혁신가로 평가받는 것은 바흐 이후 확고히 자리 잡은 작곡 이론들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기준’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작곡 방식과 형식을 벗어나 전통 화성학에서 꺼리는 대담한 화성과 다채로운 짜임새를 만들어갔다.



드뷔시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곡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새로운 현대음악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수작으로 바그너 이후 가장 새로운 형식의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드뷔시의 혁신은 후대의 수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음악은 현대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음악으로 손꼽힐 정도로 지금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뷔시와 바그너가 위대한 것은 기존의 이론들을 버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어진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틀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기준을 창조하려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많은 기업이 혁신을 외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드뷔시와 바그너의 ‘음악 혁신’은 기업들과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드뷔시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딱딱한 작곡 기법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작곡법은 음악을 질식시킨다”고 했다. 이처럼 혁신은 기존의 관습과 관념을 모두 벗어던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혁신에 앞서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는 한다. 하지만 드뷔시와 같이 단절과 탈피를 통한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보다 ‘무엇으로부터 바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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