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현재 개인 퇴직연금 증가액은 2조7,14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2015년의 2조4,786억원을 앞질렀다. 연말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증가분(9,191억원)보다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전체 설정액은 13조5,561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원 돌파 후 가파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국민연금 조기 고갈론이 대두되면서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이 예상보다 이른 2056~2067년에 바닥날 것이란 비관론이 퇴직연금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 제4차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현 제도하에서 국민연금이 2042년 적자로 돌아서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령 연령도 68세까지 늦출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특히 갈수록 은퇴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수령시기(만 65세)와의 공백이 커짐에 따라 퇴직연금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초라한 성적표 역시 개인을 퇴직연금 시장으로 눈돌리게 하는 주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주식투자로 9조9,580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 7월 말까지 국내주식 수익률은 -6.01%에 그쳤다. 지난 6월 말의 -5.30%보다 0.71%포인트 더 하락한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요동친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액티브주식펀드에선 4,164억원이 빠져나갔지만 퇴직연금에는 5,782억원이 몰렸다.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퇴직연금상품에 넣은 셈이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퇴직연금의 1년 수익률도 -2.51%로 마이너스에 그쳤지만 이 역시 국민연금보다는 선방한 수준이다.
생애주기형 펀드로 불리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돌풍 역시 퇴직연금 가입 계층을 낮춰 고객군을 확대하면서 퇴직연금을 견인하고 있다. 이 상품은 목표 은퇴 시기에 해당하는 장기펀드에 가입하도록 돼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TDF는 최근 설정액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TDF 시장 규모가 7,000억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10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특히 삼성자산운용 TDF 시리즈는 최근 수탁액 5,1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중 주식비중이 가장 높아 젊은 층이 선호하는 2045 상품의 수탁고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만큼 연금상품에 젊은 고객층이 두터워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 증가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국민연금 고갈과 노후빈곤에 대한 불안감이 투영된 결과”라며 “고령사회와 노후불안, 공적연금 불신에 과거보다 퇴직연금 가입연령이 낮아진 것 역시 퇴직연금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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