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웅진-스틱컨소시엄이 MBK파트너스가 보유하고 있는 코웨이홀딩스 지분 22.17%를 사들이는 데 쓰겠다고 발표한 금액은 총 1조6,850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웅진그룹이 이 같은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웅진그룹 자체에 코웨이 인수에 필요한 실탄이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 6월 말 기준 씽크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96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이다. 지주회사인 웅진의 현금성 자산도 282억원 정도다. 그룹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셈이다.
웅진 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웅진씽크빅의 유상증자와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4,000억원의 ‘실탄’ 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구원투수’로 나선 스틱인베스트먼트가 5,000억원의 자금을 부담한다. 코웨이 지분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을 통해 나머지 금액(7,850억원)을 조달하면 자금 확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웅진은 이날 계약금으로 500억원을 납부했다. 그러나 윤석금 회장은 사재 출연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안지용 웅진그룹 기조실장은 “웅진씽크빅 유상증자로 1,400억~2,000억원, 금융기관 차입으로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MBK와) 이전 매각 딜을 준비할 때 한국투자증권에서 1조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승인 받은 것과 스틱에서 출자확약서(LOC)를 받았던 만큼 자금조달의 불확실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통해 향후 코웨이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웅진그룹은 이르면 올해 말 웅진에너지의 매각을 발표할 계획이다. 경기도 부천에 소재한 테마파크인 플레이도시도 잠재적 매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끝난 뒤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정수기 등 코웨이가 주력으로 하는 생활가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수기 시장은 코웨이의 주 비즈니스모델인 방문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직수관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 공기청정기 등에서는 삼성·LG 등 직구입 상품 등에 밀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웅진 측은 코웨이의 성장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다. 안 실장은 “이번 인수 자금을 끌어오면서 연 7~8% 정도 성장하면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렌털 시장의 성장률이 10% 웃도는 상황인 만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MBK는 이번 지분 매각과 지난 두 차례의 지분 블록딜을 포함해 모두 2조3,700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됐다. 2012년 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사왔던 것과 비교하면 1조1,700억원가량을 남긴 셈이 된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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