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시작된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견고한 모습을 보였고 투자심리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미국증시가 10% 가까이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투자심리는 공포심리로 바뀌고 있다. 9월 말 올해 세 번째 단행된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운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장기국채 10년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동성 축소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달러 인덱스가 이달에만도 1.46%의 강세를 보였다. 반대로 이머징 국가의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며 환율은 가파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조건이 만들어져야 대전환이 이뤄질지 살펴보려 한다.
10월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타난 패닉 상황의 원인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부메랑 효과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법인세 인하 효과, 해외자금 본국 송환, 재정지출 확대 등 일회성 요인으로 견고한 경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회의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머징은 0.4%포인트 낮췄다. 특히 중국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6.5%로 발표되자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졌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기업의 내년 실적 둔화로 이어졌다.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일곱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인플레이션이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섹터를 비롯해 많은 기업에서 실적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무역전쟁은 1차적으로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에만 영향을 줬으나 이제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부메랑이 돼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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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이 만들어낸 내년 전망 변화는 자산배분 전략의 포지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장기간 롱포지션을 가져왔던 주식 비중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한 주식펀드들의 롱포지션은 장기간에 걸쳐 축소되고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미국증시를 주도했던 밸류에이션이 높은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주식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고 대신 가치주 배당주가 주목받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요는 무역전쟁의 산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전환은 무역전쟁을 봉합하고 합리적 협상의 길로 갈 경우 가능할 것이나 확산 과정을 밟을 경우에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 오는 11월 말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 리스크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대전환 여부도 달려 있다. 현 상황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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