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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식민지배, 협정대상 아냐"... 실제 배상 이뤄질지는 미지수

■대법 판결 의미

청구권협정 해석 놓고 의견 갈려

"결국 외교문제로 풀어야" 분석

강제징용 관련 추가 소송 이어질듯





길고 길었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결국 우리 국민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 배상 문제는 한일간의 외교문제로 풀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선고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일본 법원 판결 효력 인정 여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의 옛 일본제철 채무 승계 여부 △소멸시효 완성 여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한 청구권 소멸 여부 등이었다. 다른 쟁점에 대해서는 모든 대법관이 일치한 의견으로 피해자들 손을 들어준 가운데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 문제만큼은 대법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펄쳐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7명의 결론은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은 협정에 적용되지 않는다”였다. 청구권 협정은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한 한일 양국 간의 재정·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해석이었다. 대법관들은 그 근거로 청구권 협정문과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없고 협상 과정에서도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기택 대법관은 “원심 판단을 따라야 한다”고 별개 의견을 냈지만 결론은 같았다.

반면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 협정에 적용된다고 봤다. 다만 협정에 따라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됐을 뿐 피해자들의 청구권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대의견을 낸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협정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개인 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하는 것도 제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제시대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일제 강제징용과 관련된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올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여자근로정신대 손해배상 소송을 비롯해 후지코시·요코하마고무·스미세키홀딩스(옛 스미토모석탄광업) 등을 상대로 한 13건의 사건이 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다만 피해자들이 승소 확정을 받는다 해도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 재산을 뒀다면 강제집행을 통해 배상이 가능하지만 이미 재산을 철수했다면 집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직접 법정에 출석한 이춘식(94)씨는 승소에도 불구하고 “혼자만 남게 돼 슬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 사건은 1941~1943년 옛 일본제철을 통해 반인도적 노역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 4명이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체불임금과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들은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를 확정받자 2005년 우리 법원에도 소송을 냈다. 1·2심은 일본 판결을 인정해 원고 패소로 판단했으나 2012년 대법원은 원고 승소로 이를 뒤집었다. 2013년 다시 치러진 2심은 “원고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소송은 재상고심에서 무려 5년2개월간 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이씨를 제외한 피해자 3명은 결론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러다 최근 양승태 사법부가 대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청와대를 의식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발견되면서 재판 고의 지연 의혹이 불거졌다. /윤경환·백주연·조권형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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