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ICO 전문 분석업체 ICO레이팅에 따르면 올 2·4분기에만 싱가포르에서는 미국(70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7개의 ICO 법인이 설립됐는데 이 중 16개가 한국인이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국내서도 암호화폐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명시한 자격요건에 부합한 기업에 한해서는 토큰 발행을 허용하고 거래소에는 신규 계좌 발급을 재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체 관계자는 “기술력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스위스·싱가포르·홍콩 등으로 나가버리고 정상적인 정보 교류가 어려워지면서 다단계 형태의 사기성 암호화폐 투자가 난립해 피해자만 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정책과 입법 공백을 방치하지 말고 최소한의 규제 입법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처럼 단계적인 ICO 허용과 블록체인특구 조성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방자치단체도 있지만 정부 규제 원칙에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제주도는 ICO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글로벌블록체인특구를 도입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스위스 정부가 지난 2013년부터 주크시를 세제 인하 등 각종 혜택이 부여된 ‘크립토밸리’로 성공적으로 육성한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 스위스 정부의 크립토밸리에는 이미 130여개 국가의 인재들이 몰려들었으며 입주한 블록체인 기업만 170여곳에 달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특구 조성 방안으로 ICO 허용과 암호화폐거래소 등록제 또는 인가제 도입, 규제 샌드박스 적용, 법인세 15% 이하로 인하, 생활공간을 겸한 쾌적한 창업공간, 특구 내 자율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꼽았다. 오 교수는 “한국을 떠났던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이 유턴하고 200개 이상인 동아시아 블록체인 기업과 금융·법률·회계·세무·교육·MICE산업·숙박·음식점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관련 산업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도 “해외처럼 자금세탁방지법과 금융실명제 등을 암호화폐 거래에도 적용하면 음성적인 자금 유입 등 부작용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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