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3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만나 현지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베트남에 세 번째 공장을 짓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응우옌 총리와 오후5시30분(현지시간)부터 한 시간가량 면담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 자격으로 베트남 행정수반인 총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응우옌떤중 당시 총리 간 면담 수행을 위해 베트남을 찾은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응우옌 총리와 중장기적이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사업적으로 베트남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삼성은 1995년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TV 생산과 판매를 시작했으며 이후 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등으로 현지사업을 확대하며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이 됐다. 2008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 2013년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설립한 휴대폰 1·2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다. 현지에서의 연간 스마트폰 생산량은 2억4,000만대로 중국(1억대)과 인도(6,800만대)마저 압도한다.
베트남에도 삼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다. 갤럭시S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 직원 수만도 10만명이 넘는데다 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도 대규모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베트남 총수출에서 삼성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삼성이 베트남 경제와 고용의 한 축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응우옌 총리가 이번 면담에서 이 부회장에게 세 번째 스마트폰 공장 건립을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이 부회장이 인도를 스마트폰 신공장 준공식 참석차 방문하자 베트남 측에서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삼성이 북한 투자에 나설 경우 베트남 투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응우옌 총리 면담을 시작으로 베트남에서 2박3일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삼성 스마트폰 전략을 재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2014년 24.7%에서 올 2·4분기 말 20.4%(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자료)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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