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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습하는 더블D 공포]자산가치 하락 → 내수위축 → 부채위기...'불황 악순환' 시작되나

증시 이어 가계자산 절반 차지하는 부동산도 침체 조짐

150만 취약차주, 금리 오르면 채무불이행 속출 가능성

성장률 추락·고용참사 겹쳐...금융위기때보다 상황 나빠

31일 세종시 주상복합건물 공사현장 모습.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건설업체가 실제로 시공한 실적을 금액으로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전월보다 3.8% 줄었다. /연합뉴스










“경제위기가 5단계라고 치면 올봄이 1단계였고 이제 2단계까지 왔습니다. 정책의 대변환이 없다면 시장은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자산) 디플레이션을 언급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도 있지만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의 정책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부채 디플레이션이 재연될 수도 있습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의 국내 증시 급락은 ‘자산 디플레이션’의 전조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증시 급락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7년 말께 국내 증시는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당시 ‘불패신화’를 자랑하던 전국 집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하락장세에 빠져들었다. 집값 급락으로 우리 경제는 깡통 아파트, 하우스푸어 등이 속출하며 극심한 ‘부채위기’에 시달렸다. 하지만 당시 우리 경제는 디레버리징(부채 해소)에 실패했고, 향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엄습하는 D(자산 디플레)의 공포=10월 들어 코스피는 약 14% 급락했고 증시 시가총액은 3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3.13%)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빠졌다. 한때 1,990대로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저가 매수와 기술적 반등의 영향으로 가까스로 2,000을 회복했지만 미국 및 국내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국내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곳곳에 널려 있어 당분간 조정 국면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증시가 부동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자산 처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부동산도 시차를 두고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부동산 시장은 침체 징후를 보이고 있다. 9·13대책 이후 강남 3구의 아파트 값이 지난주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방의 아파트 값도 10월 들어 3% 이상 빠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하락이 글로벌 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위기 때는 우리의 주력 산업이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반도체를 제외한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위기에 빠진데다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고 고용참사가 이어지는 등 실물경제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 다음은 부채(D) 위기=자산 가격 하락은 일차적으로 민간소비에 영향을 준다. 최근 설비 및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약하게나마 증가세를 유지하며 경제를 떠받치던 소비까지 악화되면 경기 하강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10% 하락하면 민간소비는 2.5~4.5% 떨어진다는 추정도 있다.

특히 부동산은 우리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갭 투자 등 빚을 동원한 투자 비중이 높은 비거주 부동산이 전체 부동산 자산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하락에 따른 충격이 크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빚 상환 압력을 가중시켜 연쇄 매도를 불러오고 가격 하락을 가속화시켜 부채위기를 초래한 2008년 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경제 전문가는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가계의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지는 부실 사태가 발생한다”며 “소득이 높은 가계는 이를 버틸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산 처분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져 금융기관 부실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및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과잉유동성이 회수되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11월 예고된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자 자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동성 회수 속도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금융 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회수 속도가 너무 빠르면 경제에 충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150만 취약차주, 경제 쇼크 ‘씨앗’=한국은행도 자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 등이 취약차주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보다 2조4,000억원 증가한 85조1,000억원으로 차주 수만 149만9,000명에 달한다. 취약차주는 제2금융권을 포함한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저소득(하위 30%) 혹은 저신용(7~10등급)자를 말한다. 취약차주의 대출에서 비은행의 비중은 65.5%로 비취약차주(41.5%)를 크게 웃돌았다. 9월 기준 일반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간 3.62%였던 반면 상호저축은행 금리는 14.55%로 차이가 무려 네 배에 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빚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여기에 자산 가격 하락까지 겹치면 우리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기침체 국면에 자산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 서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능현·임진혁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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