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이 마지막으로 무너진 지 10년이 흘렀다. 모든 경제위기가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자. By Geoff Colvin
금융계를 발칵 뒤집었던 주말, 그 일이 일어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당시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각했는지와는 별개로, 지금까지 바뀐 게 무엇인지 보단 바뀌지 않은 게 무엇인지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난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인 자기기만과 비이성적 사고는 향후 또 다른 위기를 일으킬 것이다. 상당히 비관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적어도 주의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15일 동도 트기도 전에 리먼 브라더스 Lehman Brothers가 파산 발표를 했던 것이 역사상 최초의 금융위기나 최악의 금융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사건이기는 했다. 이 투자은행의 규모나 명성을 고려했을 때, 그건 짐작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던 확신이 사라졌고, 또 다른 혼란스러운 변화의 조짐 또한 일었다. 이제 이런 상황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같은 확신은 모래성처럼 허약한 근거가 기반이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미국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면 꾸준히 상승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바로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런 흔들림 없는 확신 때문에,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 쉽게 대출을 받아 너도나도 집을 샀다. ‘전례 없는 집값 폭등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이런 열풍을 부추겼다. 리먼 브라더스를 포함한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개인들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에 베팅을 했고, 결국 그로 인해 무너졌다. 그 결과 미국 경제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지난 40년간 상승했던 주택 보유율이 한 순간에 급락했고, 지금까지도 회복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허망한 낙관주의가 금융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면, 이제는 비현실적인 비관주의가 많은 미국인들의 상처 회복을 가로 막고 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람들은 2000~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직후보다 주식을 더 불신하고 있다. 사람들 상당수가 금융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비현실적인 행동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로봇 기반 자문회사 베터먼트 Betterment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48%는 주식 시장이 지난 10년간 상승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그 중 18%는 하락했다고 답했다. 미국 성인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주식이 140%나 올랐다는 사실은 온라인에서 10초만 검색하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애써 그걸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국세청(IRS) 우편물을 열어보고 싶지 않듯 말이다. 이들에게 (금융위기는)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이다.
이런 자기 기만적 행동은 우리가 위기로부터 다시 배운 점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월가에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집단광기에 휩싸인 시장은 사람들이 고전 미시경제학의 예측 같은 것을 확대재생산 한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믿었다. 지난 40여 년간 초이성적 자유지성주의자로 살아온 전 연준의장 앨런 그린스펀 Alan Greenspan은 의회청문회에서 “세계를 작동하는 중요한 기능적 구조라고 믿었던 내 모델이 틀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혼자만이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가장 위험한 비이성적 사고는 ’가치평가의 기본적 규칙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완고하지만 잘못된 믿음이었다.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문구는 경제학자 카르멘 레인하트 Carmen Reinhart와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의 베스트셀러 제목이 됐다. 이 책은 그런 믿음이 지난 몇 세기 동안이나 금융위기를 부추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행동재무학이 밝혀낸 뿌리 깊은 실수들-과도한 신뢰,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추론(overextrapolation), 적은 표본에서 중요한 결론을 내리는 일반화의 오류-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낳았다.
누구도 다음 위기의 원인을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실수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고용주와 은행, 보험회사 혹은 규제당국이 당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 믿지 말라. 문제를 미리 파악해야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세부 지침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치평가의 기본 규칙들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면, 스스로 시장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자문하라. 이런 중요한 맥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얻으려면…
▲믿을 만한 주변부의 의견을 경청하라. 주류의 견해와 반대되지만 신뢰할 만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거기에 해당한다. 지난 위기 땐 펀드 매니저 제러미 그랜섬 Jeremy Grantham,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Robert Shiller 교수와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Nouriel Roubini가 그랬다. 이들이 옳은 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옳을 경우의 가능성에는 대비할 수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미래를 함부로 예측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 예측할 수도 없다. 대신, 각각의 시나리오와 이에 대한 계획을 미리 준비하라. 대부분의 계획이 무용지물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지는 마라. 일어난 일에 대비하지 않는 것보단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비하는 것이 더 낫다.
^10년 전 터진 위기는 전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고통을 겪는 건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깨우쳐줬다.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 John Paulson은 통상의 가치평가 규칙들을 버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역 투자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 이 정도로 높은 수익은 내지 못하더라도, 다음 위기를 무사히 넘길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당신도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리적으로 다짐을 하라.
번역 김아름 rlatjsqls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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