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노후를 보장해야 할 개인연금 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일제히 마이너스(-) 수익률로 곤두박질쳤다. 검은 10월 증시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자산운용사들은 “연금상품은 당장의 수익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항변하지만 은퇴 시점 금융시장에 따라 자칫 원금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투자자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금까지 설정된 TDF는 57개로 이 중 수익을 낸 상품은 단 한 개도 없다. 지난 10월 한 달만 보면 수익률이 -9%에 달할 정도로 손해가 크다. 2011년 6월 설정된 가장 오래된 상품도 설정 이후 수익률이 -3.59%다. 7년 이상 꾸준히 돈을 쏟아 부었는데도 최근 증시 상황이 나빠지자 원금을 까먹게 된 것이다.
TDF는 은퇴 시기에 맞춰 연령대별로 투자자산을 자동 배분해주는 상품이다. 국내외 시장 흐름을 판단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쉽지 않은 개인을 대신해 운용사가 미리 설정해놓은 시점까지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절하며 자금을 운용한다. 가령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게 담고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폭락장에서는 자산 비중에 따른 손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파고를 비껴가지 못했다. 주로 만기가 많이 남은 상품일수록 손실이 컸다. ‘KB온국민TDF2050(주혼-재간접)A’가 지난 한 달간 -8.89%로 추락했고 ‘키움키워드림TDF20401(혼합-재간접)C’가 -7.87%로 뒤를 이었다. ‘삼성한국형TDF2045H(주혼-재간접)-Cf (-7.63%)’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45년[자](주혼-재간접)C-C-I (-7.43%)’ 등 만기가 2040~2050년인 상품의 성적이 저조했다. 반면 2020년대 만기 예정으로 비교적 주식 비중이 낮은 상품들은 손실폭이 적었다.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25년[자](채혼-재간접)C-C-I’ -2.71%, ‘신한BNPP마음편한TDF2025(주혼-재간접)(C-C-i)’ -3.15%, ‘삼성한국형TDF2020H(채혼-재간접)-Cf’ -3.20% 등이다.
상황이 이렇자 TDF 구조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들의 사후관리 유지가 힘들고 투자 비중 조절 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 소장은 “금융사들이 매년 경영실적을 끌어 올리기 위해 장기 상품보다 수수료가 높은 단기 금융상품 판매에 치중하거나 매매 회전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펀드매니저 평균 경력은 약 5년으로 장기 펀드를 운용하면서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면 수익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상으로 장기 적립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100에서 50이 되는 것은 50%만 떨어지면 되지만 50에서 100이 되려면 100%가 올라야 한다”며 “그만큼 손실이 크면 만회하기는 더 힘들다. 젊을수록 위험을 줄이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애주기에 따라 ‘고위험·고수익→저위험·저수익’으로 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저위험·저수익’으로 적립식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TDF는 기본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에 특화된 초장기 연금상품”이라며 “최근 좋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대세 하락장에서 일반 해외 주식투자 상품보다는 훨씬 우수한 방어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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