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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양심의 증명' 기준 애매모호... 징병 시스템 혼란 부추기나

■불붙는 대체복무 논란

1일 오전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법 관련 선고를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면죄부를 내렸지만 정작 ‘양심의 존재’를 판별하는 기준은 모호하게 남겨 대체복무제 악용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대체복무제 기간과 형태에 대해서도 정부 부처와 시민단체 등이 제시한 안 사이에 간극이 커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본지 11월1일자 31면 참조

1일 병무청에 따르면 대법원 판단에 따라 재판 당사자이자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오승헌(34)씨는 무죄 판결이 확정되는 대로 오는 2019년 말까지 입영 연기 처분을 받은 뒤 2020년부터 대체복무에 투입된다. 이는 현재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에 2019년 12월31일까지 국회에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결정에 따른 조치다. 아울러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대거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대체복무제 도입 때까지 입영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에도 ‘진실한 양심’을 가려내는 과정에서 제도 악용 등 사회적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로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 8명이 정작 양심 판별 문제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만 적시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들은 “피고인이 양심이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을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양심 없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심 검증의 1차적 공을 검찰에 떠넘긴 셈이다. 대체복무제 도입 이후에도 수많은 판례가 쌓여야만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반대의견을 낸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수의견이 제시한 사정은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는 완전한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후속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체복무 방안에 대한 논쟁도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국방부는 육군 복무의 2배인 36개월 동안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체복무제 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체복무제안을 다음주께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징벌적 성격이 강한 국방부의 대체복무제안보다 돌봄·요양서비스 중심의 사회복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안은 징벌적이며 인권 침해적”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날 대체복무 기간을 현 육군과 동일하게 맞추고 복무 분야도 돌봄·요양 등 사회 서비스 지원에 초점을 맞춘 자체 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경환·권홍우·김지영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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