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홍 미래컴퍼니 대표는 벤처 정신으로 무장한 2세 경영인이다. 창업주인 고(故) 김종인 전 대표가 2013년 타계하자 경영권을 물려 받았지만 이듬해 정보기술(IT) 경기 하락으로 회사는 70억원 적자에 빠졌다. 임원들은 구조조정을 주장했지만 김 대표는 비용 절감보다 중요한 건 구성원의 신뢰라고 판단해 연구개발을 줄이지 않고 위기를 돌파했다. 주력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외에 2007년부터 시작한 수술로봇 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10년 만인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수술용 로봇(레보아이)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미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미래컴퍼니는 지난해 360억원 흑자 기업으로 거듭났고, 매출액은 전년대비 122% 증가한 1,753억원으로 ‘벤처천억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는 1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벤처천억기업 기념행사’를 열고 지난해 새롭게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기업들의 성과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벤처기업협회가 이날 공개한 ‘2017년 벤처천억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한 벤처출신 기업(벤처천억기업)은 572개사로 전년대비 59개사(11.5%) 증가했다. 2005년 조사 시작 이후 벤처천억기업은 지난 2016년 500개를 처음 돌파했으며, 2017년 증가폭(59개사)은 최근 5년 새 가장 크다.
지난해 벤처천억기업의 총 매출은 130조 원으로 전년 대비 16.4% 증가했고 매출 1조원 이상 기업도 같은 기간 4개사에서 11개로 늘었다. 이는 자동차, 조선업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호황으로 동종 및 관련 업계 벤처천억기업들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진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벤처천억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305억원으로 15.8% 증가했으며 특히 신규 천억기업의 매출액 증가율(82.3%)이 두드러졌다. 벤처천억기업의 전체 종사주 수는 21만5,862명으로 전년 대비 4.1% 늘었으며 기업당 평균 종사자 수는 368.8명에서 384.1명으로 15.3명 증가했다. 신규 천억기업(69개사)의 종사자 증가율은 26.4%로 전체 천억기업보다 월등한 성과를 기록했다.
미래컴퍼니의 사례처럼 최근 3년 연속 20% 이상 매출성장률을 보인 ‘가젤형 벤처천억기업’은 총 32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28개)보다 14.3% 증가했다. 가젤형 천억기업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4.6년으로 비가젤형 천억기업(24.7년)보다 짧은 것으로 집계됐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기술 변화 대응 속도와 유연성 면에서 경쟁 우위를 가진 벤처기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선도할 주역임을 나타내는 방증”이라며 “중기부는 앞으로 벤처천억기업의 더욱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교=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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