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열 명에 불과하더라도 일하는 여성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직 후 대학원을 다닐까 하고 보육정책을 연구하는 분을 찾아가니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혼 유자녀 여성의 삶은 다를 것이 없다’고 하시는데 그 말을 듣고는 ‘나라도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었지요.”
정지예(32·사진) 맘시터 대표는 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아이돌보미 중개 플랫폼’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택해 창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주변에서는 힘들다며 극구 말렸기에 고민도 컸지만 운명은 그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와 국내 대기업 등 일터에서 만난 수많은 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뤄내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한다.
“국가 정책이 아무리 개선돼도 메울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아직까지도 일대일 돌봄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민간에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싶다”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람이다.
지난 2016년 9월 정식으로 서비스를 선보인 지 2년여 만에 부모 회원은 3만명, 시터 회원은 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가운데 즉시 활동할 수 있는 맘시터는 1만2,000명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에 영유아 보육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다른 스타트업보다 월등히 많은 규모다. ‘시터넷’ ‘단디헬퍼’ 등 인력중개업소와 전문 시터가 이용하는 기존 네트워크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맘시터가 단기간에 이처럼 두터운 회원 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정 대표가 ‘가장 빠르게, 부모가 원하는 조건의 아이돌보미를 찾을 수 있게 하자’며 만든 비즈니스모델이 시장의 니즈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맘시터를 이용하는 부모 회원의 90%는 검색을 시작한 지 평균 2시간 이내 원하는 시터를 구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봄을 원하는 경우는 대부분 갑자기 회사 일정이 생기거나 아이가 아픈 일이 벌어지기 때문인데 맘시터의 시스템은 이런 면에서 더욱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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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아이의 성격에 따라, 또는 부모가 중요하게 여기는 양육 가치관에 따라 원하는 이상적인 시터는 너무나도 다양하기에 맘시터는 소개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잡고 있다”며 “이용 경험이 있는 부모회원이 직접 해당 시터를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후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신고 필터링 등을 통해 악성 시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인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인 신원확인에서 더욱 신중을 기한다. 대학생 시터인 경우 재학 여부를, 일반인 시터일 경우 주민등록등본과 기타 자격증에 대한 인증을 거치고 맘시터 내에서 채용된 횟수도 확인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올해 매출을 2억여원으로 예상했다. 이르면 오는 12월에 출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이돌보미를 찾는 부모들이 자신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돌보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매출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웹사이트를 통해서만 이용했던 고객들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지역이나 시간 등의 제한으로 아이돌보미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매칭률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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