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구 외환은행 또는 하나은행 지점이 들어섰던 유휴 부동산 20여곳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상가의 경우 최저 입찰가가 165억여원으로, 20여곳의 부동산 매각가격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도 유휴 부동산의 대량 매각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대전·창원 등 지방에 위치한 유휴 부동산 7곳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상가건물 일부를 임대해 지점을 운영하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 상가 전체를 매입한 후 지점을 내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지점을 폐쇄하면 사실상 건물 전체가 용도가 떨어지는 유휴 부동산으로 남게 돼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점 수는 지난 2015년 3,510개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3,097개로 400개 넘게 감소했다. 이 가운데 상가 전체를 매입해 지점을 낸 곳은 우선 매각 대상이 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으면 유휴 부동산을 장기 보유하는 전략을 선택하겠지만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무더기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된데다 향후 국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내수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어 상가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따라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매매가 끊길 경우 매각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해 불필요한 유휴 부동산 매각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DSR 시행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상되는 실적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된데다 금융당국도 내년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6.5%로 하향 조정한 만큼 이자이익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내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올해 전망치인 11조8,000억원보다 2조원 줄은 9조8,0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휴 부동산 매각으로 얻은 이익은 재무제표상 단기 영업외이익으로 잡혀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불필요한 부동산 매각을 통해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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