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다음달 종료되면서 산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근로시간 위반에 따른 단속과 형사 처벌까지 단행될 경우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된다는 우려에서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적용된 주 52시간 근로시간 계도기간이 연말이면 끝나지만 정부의 대응책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인 중견·중소기업들은 숙련직원들이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이탈하면서 ‘근로시간 단축발(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멀쩡한 법인을 쪼개 소사장제로 운영하거나 비(非)핵심 사업부의 아웃소싱, 동종업체와 인력교차 활용 등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들도 연구개발(R&D) 직군을 중심으로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주 52시간 도입 이후 집중 근무가 불가능해지면서 신제품 출시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관계자는 “노사 서면 합의가 없을 경우 탄력근무제 운용기간이 2주 단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R&D 분야에서는 제약이 많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직군별 ‘빈부격차’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산업현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일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이 연말로 끝나는 만큼 그 안에 정부 여당의 방침을 산업현장에 내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들어가면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탄력근무제를 확대하거나 업종별로 시행시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연착륙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우·양철민·심우일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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