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초로 ‘4차원(4D)’ 구조를 적용한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과 경쟁 심화라는 대외 변수를 ‘기술 초(超) 격차’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개발완료한 4D 구조의 96단 512기가비트(Gb) 낸드를 올해 말부터 생산한다고 4일 밝혔다. 데이터 저장의 최소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3차원(3D)’ 방식에다 ‘지하 공간’를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통상 낸드 제조사들은 셀의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Peri) 회로를 셀 옆에 두지만 SK하이닉스는 주변부 회로를 셀 아래에 배치했다. 아파트단지에 지하주차장을 새롭게 뚫어 공간활용도를 높인 것과 같다.
지난 5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9월 도시바·웨스턴디지털이 5세대 낸드 양산에 돌입하며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낸드 평균고정거래가격이 올 들어서만 15% 이상 하락하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선보인 5세대 ‘4차원(4D)’ 96단 낸드는 경쟁사의 5세대 3D 96단 낸드보다 공간활용도가 우수하다. 세계 최초로 셀 간섭을 최소화하는 CTF(Charge Trap Flash) 구조와 공간효율을 극대화하는 PUC(Peri Under Cell) 기술을 결합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일부업체가 PUC를 활용 중이지만 CTF 기반이 아닌 2D 낸드에 주로 채용된 플로팅게이트 기반”이라며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생산성을 동시에 구현한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4D 낸드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며 기존 4세대 72단 512Gb 3D 낸드보다 칩 크기를 30% 이상 줄였고 웨이퍼당 비트 생산은 1.5배 증가했다. 동시에 처리 가능한 데이터도 업계 최고 수준인 64킬로바이트(KB)로 2배 늘렸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96단 낸드는 연내에 초도 양산하고 향후 최근 준공한 청주 M15에서도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며 “96단 4D 낸드와 동일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128단 4D 낸드 제품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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