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고를 때 매번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소 알던 맛, 원래 좋아하던 맛에 천착하는 사람이 있다. 기자는 후자에 가깝다. 그렇기에 장안에 화제라는 ‘오뚜기(007310) 쇠고기미역국 라면(사진)’을 먹어보는 일이 소셜미디어의 얼리어답터들에 비해 한발 늦었다. 솔직히 미역국과 라면이라는 자못 이색적인 조합을 보며 굳이 도전해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위로부터 “우리 남편이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하나씩 끓여 먹는다” “아이에 밥을 말아 주면 너무 잘 먹는다”는 호평을 연달아 들으며 시식을 더는 늦출 수 없겠다 비장하게 결심했다.
오뚜기에 따르면 쇠고기미역국 라면은 지난 9월 6일 출시된 지 40일 만에 판매 500만 개를 돌파했다. 하루 12만 개가 팔린다는 인기는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돌며 실감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기자가 첫 번째 들른 편의점에는 마침 물건이 떨어져 두 번째 편의점에서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미역국 라면의 정가는 1개당 1,600원으로 이른바 ‘프리미엄 급’에 속했지만, 개별 매대에 내놓는 족족 팔리는 듯 보였다.
미역국라면은 짙은 초록색의 패키지만 봐도 ‘미역’을 주재료로 한다는 사실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수많은 브랜드의 라면이 뒤섞여 있어도 찾아낼 수 있을 법한 색감이다. 통상 푸른색은 입맛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식품 패키지에는 잘 쓰지 않는다는데 과감한 시도가 신선했다. 독특한 패키지는 아마도 ‘건강한 라면’의 느낌을 부각하기 위해 선택된 듯했다. 슬쩍 살펴도 ‘남해안산 청정미역 가득’이나 ‘면 중 쌀가루 10% 첨가’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눈에 꽂혔다.
구성품은 면과 건더기스프, 액상스프 3가지로 일반 라면과 비슷하다. 다만 면이 일반 라면과 비교해 상당히 가늘다거나 건더기스프에 마른미역과 소고기만 들어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라면 끓이는 순서도 약간 다른데, 마트의 시식 도우미가 알려준 비법에 따르면 물을 불에 올리는 동시에 건더기·액상스프를 함께 넣고, 물이 팔팔 끓으면 면을 넣은 후 딱 2분 더 끓이는 방식이 미역국의 깊은 맛을 내기에 좋다고 한다. 면발이 얇은 만큼 오래 끓이면 불어서 맛이 떨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금방 조리된 라면을 식탁에 둔 첫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풍성한 미역과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식욕을 돋우었다. 라면을 한 젓가락 먹은 첫 느낌은 ‘괜찮은걸’과 ‘평범하네’를 오갔다. 미역국과 라면의 조합이 어색하다는 기존 생각을 깰 정도로 맛은 괜찮았다. 평소 먹던 미역국의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평범하게 느껴지면서도 가장 좋은 점이었다. 사실 블로그 등 SNS상에서 미역국 라면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선명히 갈리는데 라면의 국물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호평을, 면발의 맛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인색한 평가를 내린다. 기자의 입에도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며, 깊고도 시원한 국물맛은 일품이었지만, 면의 매력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국물이 면발에 좀 더 배였으면 좋았을 텐데 싶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미역국라면은 1,600원의 가격에 웬만한 가게의 미역국 부럽지 않은 맛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인기가 이어지리라 보인다. 밥을 말아 먹으면 더 맛있다는 점에서 같은 회사의 스테디셀러 ‘스낵면’의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술 마신 다음 날 먹는 간편한 해장용 라면으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을 것 같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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