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ICT)기업들의 국내 사업자간(B2B)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연간 수 조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과세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글로벌 ICT업체와 국내 업체의 역차별을 해소하는 법률안이 여러 건 올라 있어 국내 ICT업계의 선결 과제로 지적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6일 구글·페이스북·아마존웹서비스(AWS)·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ICT기업들의 인터넷광고, 클라우드컴퓨팅, 공유경제서비스, 온라인투온라인(O2O)서비스 등 수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부가가치세법은 스마트폰·컴퓨터 등을 통해 제공하는 게임·동영상 파일 등을 전자적 용역으로 규정하고 과세하고 있는데 인터넷광고·클라우드컴퓨팅·공유경제서비스 등은 빠져 있다. 박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글로벌ICT기업들이 하는 사업자간 거래를 다수 부가가치세 대상에 포함해 온라인광고 등을 주수입원으로 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대해 과세를 제대로 하겠다는 취지에서 발의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디지털기업들은 유럽연합(EU) 등에서도 과세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지탄을 받고 있다. EU집행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업장을 갖춘 전통적인 형태의 기업들에 대한 평균 실효세율은 23.2%였지만 디지털 기업의 실효세율은 9.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디지털 기업이 각 국가에 고정사업장을 두지 않은 채 인터넷망을 통해 사업을 벌이는데 법체계가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 5조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구글이 네이버의 20분의 1수준인 200억원 가량의 세금만 납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영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출 1,000만파운드(약 150억원) 이상 규모의 인터넷 기업에 대해 25%의 세율을 매기는 등 ‘구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이미 글로벌 ICT기업들의 세금회피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법안이 올라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글로벌 ICT기업들과 국내 업체들의 역차별을 해소하고 국내 이용자들의 안정적 서비스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안을 제출했다. 정부 역시 글로벌 ICT기업들의 과세 회피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 국외 사업자가 공급하는 전자적 용역의 범위에 저장공간과 네트워크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지난 8월 제출한 바 있다.
박 의원안은 정부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보다 더 진일보한 내용이다. 전자적 용역 대상에 인터넷광고까지 포함하고 있어 구글, 페이스북 등 상당수 ICT기업들의 매출 상당수에 대해 과세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 의원은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에게 디지털세의 이론적 근거에 대한 정책연구 용역을 의뢰했고, 해당 법률안을 제출한 것이어서 이론적 근거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법안 통과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박 의원은 “변재일 의원이 제출한 법안을 보면 알 수 있듯 ICT업계의 조세정의와 역차별 문제는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크게 없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이번 법 개정은 디지털 경제가 전통적 경제에 비해 우위를 점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금체계를 바꿔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현재 글로벌 업체들의 매출도 파악이 안 되고 이들 기업이 신고도 회피하고 있는데 법안을 하나씩 정비하며 조세정의를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강동효·임지훈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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