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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더 이상 GM을 믿지 말라

맹준호 성장기업부 차장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타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밋 롬니는 지난 2008년 뉴욕타임스(NYT)에 ‘디트로이트를 파산하게 내버려둬라(Let Detroit Go Bankrupt)’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무턱대고 구제금융을 줄 것이 아니라 ‘관리된 파산’을 유도해야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시대착오적 방만 경영을 끝낼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장이었다.

2012년 그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자 재선을 노리던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롬니의 이 글을 적극 이용했다. 자신은 ‘빅3’에 대한 구제금융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미국 차 산업을 살려놓은 사람이고 롬니는 4년 전 디트로이트를 망하게 하자고 주장한 철부지라는 구도를 만들어 롬니를 코너에 몰았다.

그러나 롬니는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디트로이트 태생이고 아버지 조지는 훗날 크라이슬러에 합병된 아메리칸모터스의 대표를 지냈다. 그때 롬니는 아버지가 망해가는 자동차회사를 턴어라운드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봤다. 그래서 2008년 위기 때도 자기 나름의 처방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처방의 골자는 이렇다. △경영진 전용기나 임원식당 등을 없애라 △분기 이익이나 단기적 주가 상승에 따라 경영진을 벼락부자로 만드는 보상 프로그램을 없애라 △현금흐름과 대차대조표, 장기적 목표에 집중하라 △연비 개선 등 혁신 기술과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투자하라 △당장 판매가 저조하더라도 영업사원을 해고하지 말라는 것들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이렇게 외쳤다. “차 산업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원, 연료 절감 기술, 소재과학같이 자동차와 다른 많은 산업에도 유용한 기초연구에 투자하라.”



깊은 통찰력을 가진 조언이었지만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그의 말대로 가지 않았다. 특히 한국GM의 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는 2008년 이후에도 쉬운 길만 골라 걸었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GM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면 북미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국 시장, 자동차할부금융 등이 투자 확대 대상이다. 미래보다는 당장 돈이 되는 쪽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한국·독일·일본의 완성차 업체들과 경합할 생각이 없다. 오펠과 복스홀을 유럽에서 철수했고 아태 지역에서는 접을 곳과 현상유지만 할 곳을 고르겠다는 것이 GM의 전략이다.

최근 한국GM의 생산과 연구개발(R&D) 법인 분리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의도가 보인다. 한국의 고급인력을 활용한 소형차 개발 기능만 남기고 생산은 언젠가 철수하겠다는 뜻이다. GM은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통상임금 문제 해결에 나서주면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는 올해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한국·호주·인도·태국 등 아태 지역에서 한 GM의 거짓말은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부터라도 GM의 행보를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철수를 결정하면 공장을 매각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냥 버려두고 떠나는 것이 GM의 오래된 습성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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