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인재면 나이·출신 상관없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중이 읽힌다. 보수적인 LG(003550)에는 큰 변화다. 구 회장이 오직 미래 먹거리만 생각하는 것 같다.”
‘4세대 LG’의 수장인 구광모 LG 회장이 LG화학(051910)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나온 재계의 평가다. 1957년생인 신 부회장은 올해 61세로 기존 그룹 계열사의 부회장 6인과 비슷한 또래다. 최근 재계에서 50대 최고경영자(CEO)가 두각을 나타내는 추세와 맞지 않는데다 40세인 구 회장과의 나이 차이도 크다. 세대교체를 통해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다. 신 부회장은 과거 LG를 거치지도 않았다. 그동안 LG는 신입사원부터 성장해온 인재를 CEO 후보군에 올려 경합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사수·부사수로 전임 CEO가 후임 CEO를 키워주는 도제식 CEO 양성방식이 특징이었다. 경영이념으로 인화를 내세우는 LG의 보수적인 인재 양성프로그램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구 회장은 LG의 전통을 깼다. 미래먹거리 개발에 최적화된 인사만을 생각하며 ‘파격’을 선택했다. 신 부회장은 LG의 자동차 전장 사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30년 이상 근무한 3M은 소재 개발 및 가공 분야의 혁신 기업이다. 신 부회장은 3M에서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기획, 공급망관리(SCM) 등을 총괄했다. LG화학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034220)·LG하우시스(108670) 등과 협업해 전장 관련 소재·부품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의 한 관계자는 “그룹 지주사와 LG화학이 검증된 인물을 모색해왔고 구 회장도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적어도 1년 이상 준비된 CEO 교체”라고 전했다.
오는 11월 말 예정된 그룹 인사에서도 방점은 미래 먹거리에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계열사 실적 △CEO의 나이 △그룹 비서실 근무 경험 △구 회장과의 인연 등이 인사 변수로 거론돼왔지만 구 회장의 구상 속에는 이미 미래 먹거리가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등을 확실하게 키울 수 있는 외부 인사뿐만 아니라 내부의 젊은 인재 깜짝 발탁 등 변수가 더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부회장 등 고위 임원 교체 시나리오는 더욱 복잡해졌다. 현재 구 회장은 권영수·하현회·박진수 등 3인의 부회장을 전보 및 교체했다. 남은 부회장은 조성진 LG전자(066570)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051900) 부회장 등 3인이다. 애초 6인 부회장의 대거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 역시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 부회장 이외에 나머지 부회장들은 모두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회장들을 싹 바꾸는 게 꼭 변화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연말 인사에서 부회장들을 유임시키는 대신 사업본부장들을 교체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 경우 1~2년가량 안정된 경영을 이어가다 더 큰 폭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과 권 부회장이 최근 사업보고회에서 올해 실적 악화를 겪은 LG디스플레이 임원들을 오히려 격려했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LG디스플레이 인사에 대한 내부 전망이 확 바뀌었다”고 전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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