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시간 이상에 걸쳐 비대위 입장을 소상히 말씀드렸지만 (전 변호사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며 “더는 한국당의 혁신작업이 조강특위 논란으로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불가피하게 해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와 비대위는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줄다리기를 해왔다. 김 위원장이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했지만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를 7월로 미뤄달라고 요구하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8일 전 변호사를 비롯한 조강특위 외부위원과 김 사무총장이 4시간에 걸쳐 ‘심야 긴급회의’를 열고 합의를 시도했지만 끝내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 변호사에게 문자로 해촉 사실을 통보했다.
전 변호사는 당의 해촉 통보에 말을 아끼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며칠 안에 입장을 정리하겠지만, 오늘은 말을 자제해야 할 것 같다”며 “정도를 걷기가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전당대회 일정에 대해서도 “내년 2월 말 전당대회를 하려면 오는 12월15일까지 현역 의원 물갈이를 마쳐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며 “인적 쇄신을 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전 변호사의 빈자리를 채울 신임 외부위원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선임할 계획이지만 당 쇄신 작업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조강특위를 진두지휘하던 ‘선장’이 사라진데다 전 변호사의 권유로 합류한 외부위원 3인의 입장도 난처한 상황이다. 이들은 “일을 맡은 이상 책임지고 하겠다”며 조강특위 잔류 의사를 밝혔지만, “팀장이 증발해버려 얼떨떨하고 황당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부위원 전원이 잔류해도 비대위가 전 변호사 후임으로 접촉 중인 인사와의 관계 설정 과정에서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전 변호사의 ‘돌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비대위가 향후 조강특위 업무에 개입하며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강특위 출범 당시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전 변호사가 비대위 결정에 따르지 않아 해촉되는 결과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조강특위는 지난달 말부터 ‘인적 청산’의 핵심인 당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대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여러 전제조건을 내건 전 변호사를 조강특위 외부 위원으로 영입한 게 김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지도부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영입한 인사를 자신들의 손으로 쳐내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당의 신뢰성과 쇄신 의지를 스스로 깎아 먹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의 전 변호사 해촉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경위야 어찌 됐든 비대위원장인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송주희·양지윤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