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터사이클을 타는가. 라이더들에게 물으면 빠지지 않는 대답이 ‘자유’다. 특히 30~50대에 모터사이클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에서의 나’와 ‘모터사이클을 타는 나’는 아주 다르게 느껴진다.
할리데이비슨에서 올 초 시작한 캠페인도 이름부터 ‘프리덤 스토리(Freedom Stories)’다. 자신만의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각국의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을 소개하는 콘셉트다. 현재까지 프리덤 스토리를 통해 소개된 세 명의 라이더 가운데 ‘한국인 대표’인 이규현(사진) 라이더를 만나봤다.
할리데이비슨 팻보이와 아이언883 두 대를 보유한 그는 무역·정보기술(IT) 업계를 거친 보통의 회사원이었다. 하지만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염증, 꿈에 대한 열망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015년 화장품 회사인 ‘현앤컴퍼니’를 창업했다. “패션·뷰티 산업에 대한 관심과 마케팅 등 그동안의 경력이 깔때기처럼 모아지면서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인 ‘데보나인’을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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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장에서 퇴사하면서 바이크도 장만했다. 단순히 퇴사와 창업만으로 자유를 찾았다는 것은 아니다. 이규현 라이더는 “당시 40대의 위기가 찾아왔고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의 테두리 안에만 있다 보니 ‘그럼 나는 뭐지?’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하지만 바이크를 타면서 테두리로부터의 자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직장에 그대로 다녔다면 ‘나’는 점점 비워지고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삶을 살았겠지만 이제는 내 색깔을 내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크를 타면서 새로 만난 친구들도 소중하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의 ‘포티에잇’ 기종 동호회로 출발한 ‘팀48’ 동호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살면서 아는 사람은 많아져도 친구는 줄어들지만 라이더들끼리는 공통의 관심사 때문에 만나면 빠르게 친해진다”며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면서 삶도 더욱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모터사이클은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감을 주고 있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 로고와 패키지에는 라이더 특유의 감성이 녹아있다. “데우스엑스마키나처럼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나아가 공간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호주 브랜드인 데우스엑스마키나는 서핑·모터사이클 마니아들을 겨냥한 의류, 서핑보드, 바이크 커스텀 용품 업체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일반 매장뿐 아니라 카페까지 운영하고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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