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각종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내신 관리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난 만큼 대입에서 70~80%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모집을 줄이고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 모집인원의 77.3%가 수시모집이다. 서울 강남에 고3 딸을 둔 학부모 A씨는 “서술형 2점짜리 문제에서 부분점수가 깎인 것만으로 며칠을 마음고생하는 딸 생각에 눈물이 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의 수시 비리를 뿌리 뽑고 정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본인을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부모 ‘빽’으로 생활기록부를 만들어서 대학을 가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므로 내신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라며 “수시 비율을 대폭 낮추고 정시 비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입제도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번 숙명여고 사태가 다시 한 번 대입제도 개편 논란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수시 축소, 정시 확대’에 기반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하나고 진학부장 출신인 김학수 애니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번 일로 수능 비중을 늘린다는 논의 방향은 올바르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입시전형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대학이 극도로 서열화돼 있는 상황에서 수능 확대 등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대학 간 차이를 좁히고 서열화를 해소해 ‘변별압력’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동영·오지현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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